불법 선거운동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2년 넘게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왔던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신 교육감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항소심 재판까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가올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춘천지법 형사2부 김성래 부장판사는 23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 교육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573만5천원의 추징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 교육감이 선거운동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전직 교사 한모씨로부터 7차례에 걸쳐 태백의 한 리조트 숙박을 제공받고 현금 500만 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신 교육감은 "받긴 했지만 바로 돌려주라고 (선거 당시)사무장에게 전달했다. 반환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한씨가 후원금 반환 요청을 하기까지 돌려준 사실이 없다고 판단해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신 교육감과 공모해 한씨에게 금품과 숙박권 이용 등을 대가로 이익 제공을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도교육청 대변인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과 신 교육감 간의 4건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핵심 증거인 이 전 대변인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등이 위법한 압수절차에 의해 시작된 수사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휴대전화 정보 선별 절차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과 무관한 별건 사실을 탐색했음에도 압수 절차를 진행한 뒤 추가 금품수수 혐의를 발견해 수사를 개시했다"며 "별건 금품수수에 대한 증거는 혐의 사실과 객관성, 관련성 입증이 어렵고 영장에서 허용되는 압수물의 범위를 넘어 영장주의원칙에 위배된 위법수집 증거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육감의 사조직 설립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변인은 일명 '신경호 선거준비위원회' 채팅방 운영과 워크숍 참여만으로 설립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신 교육감은 6개월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 기소돼 면소 판결했다.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특정 자리를 약속받기로 했던 한씨는 벌금 300만 원에 처해졌다.
재판부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직선거에 출마했음에도 이익 제공 약속을 하거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제공받은 돈은 결국 반환됐고 형사처벌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육감은 법정을 나오며 "오늘 판결에서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원 교육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회를 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임무가 주어지는 날까지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강원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지난 2년 넘게 강원 교육을 불신과 혼란으로 몰아넣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명확하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고봉 지부장은 "교육감이 법정에 서게 된 현실 자체가 이미 강원 교육의 불행이었다"며 "신경호 교육감은 즉각 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육감은 불법 사조직을 설립해 선거운동을 하고 교육감 당선 시 도교육청에 임용시켜주거나 관급사업에 참여하게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교육청 전 대변인 이모씨와 2012년 7월부터 2022년 5월 선거조직을 모집하는 등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을 설립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전 대변인과 함께 교육감 당선 시 선거운동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전직 교사 한씨를 도교육청 체육특보로 임용시켜주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다.
당선 시 강원교육청 대변인으로 임용시켜주는 대가로 이씨로부터 2021년 11월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비롯해 이씨와 함께 금품을 수수한 행위 4건 등 총 5건의 뇌물수수 혐의도 더해졌다.
교육자치법이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신 교육감은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는 면소 판결을 받았으나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는 법규에 따라 이날 선고받은 형이 확정될 경우 교육감직을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