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랑이가 일본 때문에 멸종됐다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분에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까지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23일,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좋아한다고 밝힌 해외 틱톡커 '제이'는 한국 호랑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후 검색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한국 호랑이를 '해수(害獸)'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사냥해 결국 멸종시켰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며 일제 시대의 일부 역사를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만행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은 18만개가 넘는 '좋아요'와 1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상의 댓글 창에는 2천여 개 이상의 글이 달리며 "일제가 조선 궁궐의 90%를 파괴했다", "위안부 문제의 사과를 거부하고 있으며 그들의 나이는 대부분 11세~19세였다" 등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의 또 다른 만행을 알리는 추가 증언이 이어졌다.
또 다른 한 네티즌은 한국 영화 '부산행'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역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댓글을 통해 "영화 '부산행' 포스터 버전 중 하나에 무궁화가 가득 그려져 있는 것을 분석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라며 "일본은 한국의 민족 정체성을 억압하기 위해 국화인 무궁화를 근절하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회복력의 상징이 됐다"고 알렸다. 해당 글에 해외 네티즌들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이제야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제강점기 역사의 재조명이 일본 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케데헌'은 일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소니 픽처스 이미지 웍스가 공동 제작했음에도, 오히려 일본의 과거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됐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케데헌이 그 누구도 못했던 일을 해냈다", "일본 자본으로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첫 사례다", "한국 문화의 힘이 결국은 한국의 역사를 알렸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콘텐츠의 흥행으로 한국의 역사를 알린 'K콘텐츠의 힘'은 케데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역시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일제강점기 시절을 그리며 731부대의 생체실험 만행을 다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드라마가 일본 넷플릭스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현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특히 "일본 현지에서 731부대를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교육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731부대 생체실험의 실상이 한국의 콘텐츠를 통해 일본 청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진 것이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도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다. 이 작품은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관동대지진 학살 등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이 겪었던 비극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일본의 가해 역사를 환기시킨 바 있다.
서 교수는 "글로벌 OTT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흥행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K드라마와 K무비 등 다양한 K콘텐츠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아시아의 역사가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