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스타' 엄정화 "즐거운 중년 로코로 남았으면 좋겠어요"[EN:터뷰]

23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봉청자 역을 연기한 배우 엄정화. ENA 공식 트위터

"결말이요? (웃음) 오늘 밤에 보셔야죠!"

ENA 월화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 종영 하루 전인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종영 인터뷰에서 엄정화는 처음엔 결말 질문에 말을 아꼈다. 인터뷰는 종영 후에 나간다고 취재진이 설명하자 그제야 "복귀에 성공하고 해피엔딩"이라고 부연했다. 극중 독고철(송승헌)과의 사랑이 이루어지는지 질문에는 손 하트를 만들며 "이뤄야죠!"라고 웃었다.

1990년대를 휘어잡은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사고로 기억을 잃고 눈을 떠 보니 25년이 흘러있다는 줄기로 진행된 '금쪽같은 내 스타'. 어느새 '왕년의 스타'가 된 임세라(장다아)라고 주장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 봉청자(임세라의 본명)를 연기한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 이후로 댓글 보는 재미에 빠졌다면서, 시청자가 특히 좋아해 준 부분은 '로맨스'라고 바라봤다.

기억에 남는 댓글 반응을 묻자, '중년의 로맨스가 이렇게 풋풋할 수 있구나!'라고 한 엄정화는 "캐릭터들이 귀엽기도 하고 독고철이 너무 잘생긴 것도 있다"라며 "댓글 창 저도 보는데 연기적인 것보다 송승헌 배우의 미모에 (다른 것들이) 다 가려진…"이라며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그만큼 송 배우가 너무 연기도 자연스럽고 독고철과 너무 어울려가지고 좋았던 것 같고 상승세를 보이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톱스타로서 화려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보통의 중년 여성이 된 봉청자는 준비할 것이 많은 캐릭터였다. 극적인 변화를 주고자 외형에도 신경 썼다. 전형적인 뽀글머리로 대표되는 '아줌마 이미지'는 피하고자 했다. 엄정화는 "요즘 그런 아줌마도 (별로) 없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라며 "망가진 모습을 처음에는 그림으로 그려봤다. 이미지도 많이 찾아봤다"라고 전했다.

엄정화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금쪽같은 내 스타'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저는 이제 세상을 등진 청자가 거리를 다닐 때도 고개를 숙이고 다녔을 거 같은 거예요. 얼굴을 많이 가리고요. 자기는 임세라이기 때문에 사람들하고 눈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을 거 같고 거기서부터 머리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 봤죠. 기본 파마머리에, 옷도 몸도 많이 망가졌고 살도 많이 쪘다 … 껴입을 수밖에 없긴 한데 저는 이제 그래도 사랑스러운 청자를 가져가고 싶어서 뭔가 청자가 가지고 있는 색감은 '그래도 나는 꿈이 있고 밝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금쪽같은 내 스타' 느낌으로… 독고철과의 신들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외형을) 칙칙하게 가져가긴 어렵고 해서 여러 가지를 좀 섞었습니다."

순서대로 촬영하는 게 아니기에, "바로바로 갈아낄 수 있는" 펌 가발을 썼다. "머리 좀 어떻게 해라"라는 댓글이 인상적이었다는 엄정화는 "어쩔 수 없는데 좀 미안했다. (보는 데) 답답하다고 그러셔서"라고 말했다.

홍조와 기미도 추가했다. 엄정화는 "얼굴을 봤을 때 '엑!' 이렇게 만들고 싶어서 기미도 많이 넣었다. 관리도 받지 않고 그랬으니까 최대한 대비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변한 후와 비포(이전)가 확연히 다르게"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살이 찐 봉청자를 연기하고자 증량했을까. 그러진 못했다. 하지만 "촬영할 때는 부담 없이 먹었다." 복귀를 위해 변신할 때는 살짝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평소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하고 있어서 무게 차이는 크게 없었다고. 본인을 "동글동글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표현한 엄정화는 "(살을 빼도) 제가 스키니한(날씬한) 모델 체형은 안 되더라"라며 "다이어트에 별로 욕심 안 낸다"라고 웃었다.

톱스타 임세라에서 중년 여성이 된 봉청자를 연기하기 위해 긴 파마머리와 홍조, 기미 등으로 외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ENA 공식 트위터

내면적으로는 자기가 해 왔던 일에 여전히 꿈을 갖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쌓아갔다. 엄정화는 "연기에 관한 진심을 잘 가져가고 싶었다. 이렇게 봉청자가 은둔했던 이유도 이게(연기가) 너무 소중한데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아예 숨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감도 있고 연기 열정과 사랑이 너무나도 있고 꿈이 있고 자기는 '깐느'(칸영화제)에 가야 한다며 늘 꿈과 열정을 갖고 있는 봉청자"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도 "최대한 공감하면서 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부연했다.

16부작이 일반적이고 길게는 20부작, 24부작 드라마도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편수가 10편이 안 되는 드라마도 적지 않다. '금쪽같은 내 스타'는 12부작이었다.

"청자의 시간이 충분히 설명 안 된 게 좀 아쉽다. 축약하다 보니까 작가님도 아쉬워하셨다"라고 운을 뗀 엄정화는 '청자가 25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를 표현할 때 "너무 우울하게 비치거나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박지하 작가가 신경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봉청자와 삼각관계였던 독고철 역 배우 송승헌, 원반 역 배우 지진희. ENA 공식 트위터

복귀를 앞두고 연기 오디션 볼 때 장면은 원래 '더 센' 버전이 있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상 빠졌다. 엄정화는 "좀 걱정했던 게, '금쪽같은 내 스타'는 로맨틱 코미디이지 않나. 오디션 장면에서 주어진 대사는 또 너무 센 대사이기도 하고, 이 안에 되게 여러 가지 대사를 해야 해서 로코 색깔을 가져가야 하는지 이거(대사)에 집중해야 하는지 감독님과 얘기 나눴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감독님이 편집하면서 뺀 것 같다. 더 무섭게 한 것도 있었다. 배우로서, 배우 오디션이니까 다른 장르이지 않나. 최대한 좀 더 위협적이고 더 복수를 원하는 그런 여자의 모습? 저는 재밌었다, 그 신 찍을 때"라고 전했다.  

청자 상황처럼 갑자기 25년 후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묻자, 엄정화는 "아는 감독님들 다 찾아가지 않을까"라며 "작은 역할이라도 달라고 하면서 작가님들 찾아다니고… 그래도 인맥은 있으니까"라고 웃었다.

담백하면서도 풋풋한 로맨스도 '금쪽같은 내 스타'의 인기 비결이었다. "진짜 불륜도 없고 여러 가지 이야기 없이 정말 순수하게, 예전부터 감정 가지고 온 사람들이 갑자기 만나게 되면서 이어지는 얘기라서, 저도 지금 이런 얘기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즐거웠어요. 촬영하면서도 소중했죠.  이게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니까 최대한 감정을 잘 즐기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왼쪽부터 고희영 역 배우 이엘, 강두원 역 배우 오대환, 임세라 역 배우 장다아. ENA 공식 트위터

독고철 역 송승헌과는 영화 '미쓰 와이프'(2015)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엄정화는 "두 번 만나서 되게 소중했고 '미쓰 와이프'도 즐겁게 했는데 (드라마는) 좀 더 호흡이 길다 보니까 정말 매 순간 좀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신들도. 최대한 좀 도와주고 싶고, 서로 그랬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중간 투입 '메기남'으로 불린 원반(지진희)과도 엮여 진행된 삼각관계를 두고는 "너무 재밌었다, 진짜"라며 크게 웃었다. 엄정화는 "다시 못 만날 대본이겠다 하는 생각도 하고"라며 "오랜만에 만나서 요즘 얘기도 했다. 진희씨도 변함이 없더라. 다들 관리 너무 잘한다. 너무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원반이 지진희라는 걸 알았을까. "감독님 친분, 제 친분 생각하면서 추천했다. 지진희씨 너무 좋다고. 감독님이랑 친하시더라. 저랑도 친하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낸 엄정화는 "사실 카메오 나오면 너무 좋지만 (출연 분량은) 짧은 시간이니까 부탁하기 어렵다. 근데 흔쾌히 나와주셨고 '난 엄정화씨 때문에 온 거라고' 해서 어깨도 올라갔다. 너무 다행"이라고 웃었다.

임세라 친구 역할을 주로 맡다가 임세라가 사라진 후 최고의 배우로 자리 잡은 고희영 역 이엘, 임세라 로드매니저로 시작해 현재 굴지의 기획사 대표가 된 강두원 역 오대환과의 호흡도 물었다.

왼쪽부터 민태숙 역 배우 차청화, 구남주 역 배우 현봉식. ENA 공식 트위터

엄정화는 "이엘 배우는 제가 되게 좋아했다. 언젠가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해 망가진 거 같고 근데 정말 너무 멋있는 배우인 것 같다. 아름답고. 이번엔 서로 아웅다웅하는 신밖에 없었지만 사적으로 만나면서 되게 더 인간적인 매력에 많이 끌리게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오대환에 관해서는 "(영화) '몽타주'(2013) 때 만났다. 데뷔할 때라 완전 막 푸릇푸릇 애기였다. 진짜 완전 애기였다. '처음 시작했습니다!' 하면서. (지금은) 애기가 4명이나 있는 애 아빠가 되어가지고. 근데 얼마 전에 우리가 '몽타주' 때 찍은 사진을 보냈더라고. 그때 보니까 나도 푸릇푸릇했더라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런 인연들이 너무 좋은 거 같다. 작품으로 오랜만에 만나는데 서로 뭔가 발전해 있다거나 굳건히 가고 있다거나 그런 동료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좋다"라고 덧붙였다.

코믹 콤비로 호흡을 맞춘 민태숙 역 차청화, 구남주 역 현봉식을 두고는 "너무 웃기지 않나?"라며 "너무 재밌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현봉식과는 극 중 일일드라마를 찍은 게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엄정화는 "물 싸다귀 어이없는데 사실 뭐 이런 드라마 언제 만나겠나. 최대한 우리 옛날스럽게 하자고 했는데 (제가) 현봉식한테 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왼쪽부터 엄정화, 송승헌. ENA 공식 트위터

임세라 역을 맡은 장다아를 향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데 진짜 열심히 임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진심을 다해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느껴졌다. 촬영장에 자기 분량 없을 때도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러 오기도 하고. 그래서 진짜 앞으로가 기대되는 그런 배우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첫 회 1.3%로 시작해 최고 4.2%(9월 9일 자) 시청률을 기록한 '금쪽같은 내 스타'. 시즌 2 욕심이 없는지 질문하자, 엄정화는 "시즌 2 욕심난다. '금쪽같은 내 남편'이나 '(금쪽같은) 내 남친' 이런 거? 혹시 모른다. 응원해 주시면"이라고 웃었다.

"('금쪽같은 내 스타'가) 굉장히 즐거운 중년 로맨틱코미디가 가능하다는 느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진짜 너무 재밌어 하시니까요. 진짜… (이 작품으로) 인터뷰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네요. (웃음) 기쁩니다!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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