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 나섰지만 과거와 달리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는데 북한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2017년 취임 직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개최된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했다. 지난 2019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을 겨냥해 "세계 1위 테러 지원국이 가장 위험한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재개 가능성에 꾸준히 군불을 때고 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며 우호적인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부정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22일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면'을 전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북미 양측이 비핵화 목표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하루 전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장관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며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는데, 대화에 대한 의지는 보이되 비핵화 원칙에서 물러날 수는 없다는 북미 간 '기싸움'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를 방문하면, 이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혹은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이를 계기로 북한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해소한 뒤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방안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