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 DJ 평화센터 이사장 별세…DJ의 가장 든든한 '고난의 동지'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민주화 운동의 '숨은 공로자'이자 97년 정권교체 '일등공신'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시대의 소명을 다하는 삶
향년 75세…파란만장한 현대사 속 아버지의 그림자로, 때론 등불로 헌신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지난 8월 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평생을 아버지의 정치적 동반자로 헌신해 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숨은 공로자였다. 또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탁월한 선거 전략가로 활약하며 정권교체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고난의 시대를 함께한 '아버지의 동지' 

고인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전남 목포의 방공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정치 역정은 그의 삶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의 청년 시절은 늘 중앙정보부(안기부)의 감시 아래 있었으며, 평범한 사회생활의 기회마저 번번이 가로막혔다.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되자, 모친 이희호 여사를 도와 재야인사들과 함께 구명 운동을 펼쳤다. 당시 이 여사를 비롯한 관련자 부인들이 입에 검은 십자 테이프를 붙이고 벌인 '침묵 시위'는 고인의 기획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는 시위 배후 조종 혐의로 지명수배되어 3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다 체포됐다. 이후 70여 일간 모진 고문을 당하는 등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에는 동행하여 '미주 인권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며 해외에 한국의 인권 실태를 알리고 민주화 운동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존 케리, 에드워드 케네디 등 미 정계 유력 인사들과 직접 교류하며 설득했으며, 특히 故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사건을 폭로한 인재근 전 의원의 녹음테이프를 뉴욕타임스에 제보하여 전 세계적 공분과 연대를 이끌게 된 일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공적이다.
 

정권 교체를 이끈 '선거 전략가'

고인은 '아이디어 뱅크'로 불릴 만큼 뛰어난 전략가였다. 1987년 귀국 후 아버지의 정치 활동을 돕기 위해 설립한 정치 홍보·기획사 '평화기획'은 그의 기획력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이후 95년 설립한 '밝은세상'은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과학적인 여론조사와 분석, 파격적인 홍보 캠페인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당시 인기 그룹 'DJ DOC'의 노래를 개사한 'DJ와 함께 춤을' 선거 광고는 그의 작품으로,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은 "밝은 세상이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평가할 만큼 고인의 공을 높이 샀다. 또한 현재까지 정계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당시 인재들이 그의 손을 거쳐 발탁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말기, 그는 검찰의 표적 수사 대상이 되어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당시 수사는 임기 말 정권을 흔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으며, 훗날 핵심 증인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사망 전 법정 진술을 번복하는 녹취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당선,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펼쳤다.
 

아버지의 유지를 지켜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아버지의 정신과 유산을 계승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현 김대중재단)'의 설립하고, 2019년 이희호 여사 서거 후에는 유지를 받들어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직을 맡아 김 전 대통령의 평화·인권·화해협력 정신을 계승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고인은 생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성품으로 대중에게는 깊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묵묵히 시대의 소명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영광 뒤에서 모든 고난을 함께 짊어졌던 아들이자, 민주주의를 향한 험난한 여정의 가장 든든한 동지였다는 것이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선련씨와 아들 종대, 종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김대중평화센터와 김대중재단이 주관한다. 장례위원장은 남궁진 전 문화부장관, 집행위원장은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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