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2026년판은 AI와 인간의 관계를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지만, 인간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책은 AI가 초래한 직접적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반응을 양축으로 삼아 2026년 소비 시장을 전망한다.
김 교수는 "단순히 AI와 인간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 새로운 합을 만들어가는 변증법적 질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것이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다.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적어도 한 번은 사람이 관여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김 교수는 "가장 빠른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보고서는 열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를 세 가지 큰 흐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AI가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AI가 스스로 추천과 결정을 내리는 '제로 클릭' 환경, 조직 구조를 수평적으로 재편하는 'AX 조직', 불확실성을 대비해 계획과 예행연습을 중시하는 '레디 코어', 가격의 원가와 브랜드 가치를 분석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등이 여기에 속한다.
AI가 생활 전반을 관통하면서 클릭 한 번 없이 쇼핑을 끝내고, 부서 간 경계가 사라진 조직에서 일하며, 초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모습은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다.
두 번째 흐름은 인간의 감정과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다. '필코노미'는 기분과 감정이 소비를 움직이는 시대를 가리킨다. 기분이 나쁜데 빵을 사는 사례에서 보듯, 감정을 관리하고 진단하는 서비스가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건강지능 HQ'는 건강 관리 능력이 지능지수만큼 중요한 지표로 자리잡는 현상을, '근본이즘'은 디지털과 AI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와 고전에 대한 향수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AI가 발전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인간만의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흐름은 개인과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이다. 거대 트렌드가 사라지고 작은 흐름이 시장을 움직이는 '픽셀 라이프'는 무수한 마이크로트렌드가 등장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편 1인 가구와 전통 가족 사이에서 자율성과 연결감을 함께 추구하는 '1.5가구'는 새로운 관계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설명하며 반인반마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를 비유로 꺼냈다.
그는 "AI의 압도적인 계산 능력과 인간의 비판적 사고·윤리적 판단을 완벽하게 결합하는 것이 미래 인재상"이라며, "하이브리드형 전문가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2026년이 띠로는 말(馬)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활용해 'Horse Power(마력)'라는 표제를 제시했다. 속도를 넘어 힘과 방향성을 갖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AI 기술이 세상을 압도하는 가운데 우리는 기술을 도구로 삼아야 한다"며 "인간이 주도권을 잡고 AI와 협력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난도·전미영·최지혜 외 지음 | 미래의창 | 4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