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기술혁신·자본투자·일자리 만들 경제성장 기회"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 나이영 CBS 사장,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본사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 에 참석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G스튜디오에서 열린 'CBS 2025 미래환경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더이상 지구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나 비용이 아닌, 기술혁신과 이를 위한 자본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성장시킬 기회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대응, 비용 아닌 투자…기술혁신-자본투자와 정책 시너지"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엄지용 교수(대학원장)는 '탄소중립 시대, 기술·금융·정책의 삼각축'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많은 국가와 기업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은 단 25년, 한 세대가 끝나기 전(whithin one generation) 굉장히 빠르게 이뤄야 하는 대전환인 만큼 금융 차원에서도 많은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많은 국가와 기업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226조 달러(약 35경 원)정도"라며 "이 비용을 들여 기후변화 피해액 1266조 달러(약 175경 원)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것도 35경 원 투입해 175경 원의 수익을 얻는 고수익 투자"라고 했다.

엄 교수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기후금융 투자 규모는 연간 약 1조 9천억 달러(약 2600조 원) 정도인데, 많은 기관 추산치론 2030년까지 연평균 6조 3천억 달러(약 8600조 원)의 기후투자가 이뤄져야 파리협정에서 목표한 '지구 기온 상흥폭 1.5도'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가 불가능간 건 아니라는 게 엄 교수 지적이다. 그는 "매년 민간부문 발행 채권액이 1경 2천조 원 수준이라, 매년 발행채권의 절반 정도만 녹색채권으로 발행하면 된다"면서 "돈이 어떻게 기후대응을 위해 흐르도록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모은 재원으로 탄소중립 기술시장을 확대시켜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3대 기술로는 △기업과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감축할 탄소저감기술 외에도, △공기중 탄소제거(CDR) 등 탄소제거기술과 △시장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탄소회계기술을 언급했다.

내년부터 실제 과금이 이뤄지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CBAM)제도나, 미국이 추진 중인 해외오염관세법(FPFA, 2025년 공화당 주도)이나 청정경쟁법(2023년 민주당 주도)처럼 선진국의 탄소 무역장벽이 현실화한 점도 경제 측면에선 위기이자 기회다.

엄 교수는 "값싸게 만들어 수출하는 게 산업 경쟁력이란 전통적 관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돼 버린 것"이라며 "이런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녹색금융과 기후기술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탄소에 제값을 매겨 비용효과적인 탄소중립 달성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방송 틀면 기후정책·산업 분석해주는 시대"

엄지용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 나이영 CBS 사장, 안세창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이명주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본사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 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곽재식 교수는 "기후변화 현상을 보면 원인을 가장 덜 제공한 사람들의 희생이 가장 심하게 요구된다"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지구 종말과 인류 멸종 문제로 크게 볼 수도 있지만, 가깝게는 우리 이웃을 어떻게 보호하고 공동체에서 어떻게 지킬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지구는 괜찮아, 경제가 문제지' 발제의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경제적, 산업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우리 가까이에 굉장히 많다. 예컨대 홍수 등으로 건물과 시설물이 충격을 받으니까 어떻게 건물이 튼튼한지를 진단할지, 도로 싱크홀을 어떻게 예방하고 보수할지 같은 문제가 가치 있는 산업 분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6~7년 전만 해도 기후변호와 관련한 세계 정부의 정책 동향에 민감한 사람은 자연보호 관련 단체의 활동가들이나 환경단체 회원들이었는데, 최근엔 주식투자하는 분들이 제일 빠르다"면서 "주식·경제방송을 보면 한 시간에 한 번씩 기후변화 관련 각국 정책과 그로 인한 산업 영향을 분석하고 종목을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생활 속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할 방법으로는 '꿩 먹고 알 먹는 환경보호'란 개념을 제안했다. 곽 교수는 "과거엔 환경보호라고 하면 뭔가 귀찮고 손해 보는 희생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투자와 재무에서 이득을 얻는 환경보호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단열 효율이 높은 건축물을 지으면, 냉난방비가 굳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간의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곽 교수는 "주요 선진국이 기후 관련 기술에 먼저 투자해 앞서 나가면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나라를 따돌리는 현상도 있다"면서 "중국은 최근 태양광 전기를 이용한 산업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중국사람이 지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기업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풍력기업 베스타스가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곽 교수는 "선진 기술 강대국의 정부와 기업은 기후에 대응하지 않는 나라와 회사는 경쟁할 수 없는 세상으로 질서를 바꿔 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후변화는 산업 변동도 같이 생각해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예컨대 전기차를 많이 타도록 할 때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뭘 할지 그 대책도 같이 생각해야 경제산업적으로 지속가능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사용량 줄이고 배출도 저감하는 건물 지어야"

CBS 나이영 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본사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 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포럼 전반부가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면,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이명주 교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로에너지 건축과 그린리모델링 확산을 위한 통합전략'을 소개했다.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4%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지만, 국내 대응 상황은 2023년 기준 건물부문 에너지 총사용량(전기+난방과 온수 등 열)이 전년 대비 3.9% 증가했을 만큼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이 교수는 "2021년 10월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건물 부문에서 1억 7100만 톤의 탄소감축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는 우리집에서 화석연료를 연소해서 내뿝는 직접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다.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상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신축건물에, 그린리모델링은 노후건축물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인 '노원 이지하우스(2013~2017년 연구-설계-시공 병행해 준공)'와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장인 '힘필(2019년 준공)'부터, 강동구청과 안산시 단원구 시립 어린이집 등 그린리모델링까지 이미 사례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 같은 건축 활성화를 위해선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공건축물은 전체 3.6%만 차지할뿐 나머지 건축물은 모두 민간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송 부문 감축을 위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듯, 건물 부문도 보조금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충분히 민간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참여 유인 제공 외에, 금융을 끌어올 수 구체적 방법론으로는 SIB(사회성과연계채권) 활용방식과 위탁재산개발방식을 제안했다. SIB의 경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그린리모델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주율과 시설이용률 등의 성과 평가 기준을 마련해 노후 공공건축물을 민간 자금으로 그린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위탁재산개발방식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적합한 방식으로, 건축전문가가 금융기관 자금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동네에 일거리를 만들면 이후 정부가 20~30년 상환 채권 형식으로 이자를 지급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 등으로 지연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공공건축물 위탁개발기관을 설립해 주택도시기금처럼 실제로 기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 서울형과 경기도형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관련해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상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 수립'을 의무화하는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날 발제 이후엔 사단법인 넥스트 윤지로 미디어총괄을 좌장으로 한 3명의 연사 간 토론도 30여 분간 이어졌다. 앞선 축사에선 환경부 안세창 기후탄소정책실장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위한 대국민 공개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나라 시스템이 탄소문명에서 벗어나 탈탄소 녹색문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기업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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