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햄버거만" 김해공항 난민 '인권침해' 진상조사 요구

이주민 인권단체, 기자회견 열고 인권위 진정 제출
"법무부, 김해공항 난민 인권침해 사안 진상조사해야"
공항난민 A씨 "본국 가면 종신형이나 사형"
1심 승소했지만 공항 생활 청산 불분명

25일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 앞에서 인권단체들이 김해공항 출국대기실 인권침해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혜린 기자

김해공항 최초 '공항 난민'이 출국대기실에 5개월째 체류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지 못해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25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공항 공항난민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니에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도착한 김해공항 첫 공항난민 A씨는 공항에 수개월째 갇혀 삼시세끼 햄버거만 먹었다"며 "죄를 지어 수감된 것도 아닌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도 보장받지 못한 채 교도소보다 열악한 곳에 5개월째 갇혀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공항 내 열악한 처우와 인권침해는 수차례 지적과 권고에도 10년 동안 여전히 그대로"라며 "지난해 법무부는 출국대기실 환경개선과 인권침해적인 운영 시정을 발표했지만, 공항에서의 인권침해는 똑같이 되풀이됐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법무부 장관에게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공항난민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즉각적인 진상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공항난민에게 적절한 식사와 적합한 수면공간 등을 제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라"며 "법무부와 김해공항출입국은 공항난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출국대기소 설치와 비구금적 대안 마련 등 근본적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해공항 첫 공항난민 A씨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제공 받은 출국대기실 식사 모습.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김해공항에 체류 중인 공항난민 A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편지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편지에서 A씨는 "인권에 대한 가치를 깊이 존경하는 이 나라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첫 신청이 거절됐고, 몇 주 동안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끊임없는 압박을 받았다"며 "그러나 본국에서 더 나쁜 일도 겪었고, 그곳에서 잡히면 나는 종신형이나 사형에 처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나은 미래, 자유롭고 존엄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며 "투쟁을 지지해 주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기니 국적인 A(30대·남)씨는 지난 4월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심사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본안 심사에 회부하지 않고 종결하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내렸다.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하게 된 A씨는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진행하면서 5개월째 김해공항 출국대기실에서 체류하고 있다.
 
지난 24일 A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낸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난민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법무부가 항소할 경우 최종 판결까지 공항 생활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A씨 법률대리인 홍혜인 두루 변호사는 "김해공항출입국 외국인사무소는 즉시 항소를 포기하고 A씨에게 난민 심사의 기회를 적법하게 제공함으로써 인권침해를 멈출 수 있다"며 "설사 항소하더라도 A씨가 최소한의 존엄도 지킬 수 없는 출국대기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에 '김해공항 첫 공항난민 인권침해 사건'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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