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생 행보에 나섰다. CBS노컷뉴스가 이어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 상인들은 여당이 정쟁을 멈추고 민생에 더 힘써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정 대표가 다녀간 서울 가락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과일이 너무 비싸다"며 자리를 떠나려는 장보기객들과 "맛은 비슷한데 가격은 싼 과일이 있다"며 손님을 붙잡으려는 상인들의 실랑이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장 상인들은 여당이 야당 등을 향한 공세를 이어오다 뒤늦게 민심 청취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대선을 거쳐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정부·여당에게 민심은 뒷전이 아니냐는 푸념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곳에서 청과물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국회의원이 한 180명 와서 물건이라도 팔아주면 모르겠다"며 "관심을 가지려고 오는 것은 좋지만, 추석 일주일 전이라 바쁘다. 여기 와서 괜히 시간 뺏는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투덜댔다.
정씨는 "맨날 자기들끼리 싸우더라. 얼마 전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난리를 쳤더라"며 "실질적으로 민생을 챙겨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아쉽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잘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민생을 살피는 정당이 없다"고 한탄했다.
도매상으로 일하는 김모(59)씨는 "이렇게 명절 때만 얼굴을 비추는 게 쇼 같다. 사실 우리는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라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장 인근에서 목욕탕을 운영 중인 김모(71)씨도 "맨날 쇼처럼 잠깐 돌고 가는 것 말고 국회에 앉아있으니 민생이 뒷전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국회 법사위는 여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를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했는데, 민생과는 동떨어진 현안이어서 여당의 속도감 있는 법안 처리에 효능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산불피해 특별법, 문신사법 등을 제외하고 민생 법안은 대거 상정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예고하면서다. 이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오찬을 계기로 추진된 민생경제협의체 역시 여야 대치로 기약 없이 순연된 상황이다.
애당초 지난 11일 김병기∙송언석 원내대표 회동으로 양당 협의안을 도출하며 양당 협치의 물꼬를 텄지만, 정 대표는 하루만에 이를 파기하면서 양당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금융 부처 개편안을 제외하고, 수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며 국민의힘과 막판 교섭에 나섰지만 결국 최종 합의는 결렬됐다.
정 대표의 현장 방문을 반기는 상인들도 여럿 있었지만, 이들 역시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정인실 회장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여당 대표가 현장을 살피고 같이 논의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도매상은 "민주당이나 정 대표에게 불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민생정책은 잘 모르겠고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정도로 사는 게 팍팍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가락시장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를 열고 물가 점검과 민심 청취 등에 나섰다. 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에선 당정 차원에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주5일제로 운영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정 대표가) 정책위 수석부의장에게 (당정협의 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