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든 26일 한림읍 제주서부농업기술센터 온실 안은 여전히 더웠다. 이 온실에서는 P2H(Power to Heat) 기술로 토마토 등 과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바람과 물의 도시 제주도에서 바람과 물(파도·지하수)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는 저장해 활용하겠다는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상을 밝힌 지 올해로 3년째다. 제주도는 2022년 4월부터 올해 말까지 4년 가까이 P2H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P2H는 전기에너지를 열이나 수소로 저장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출력제한으로 생긴 잉여전력을 활용해 전열, 히트펌프, 보일러 등을 돌려 열에너지로 변환·저장한다.
그동안 출력제한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때에 따라 전력 생산량의 차이가 큰 만큼 안정성이 떨어지고, 상황에 따라 출력제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P2H 기술을 활용하면 남는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서부농업센터에서는 지열공(지하수의 열)과 공기열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연중 15도로 유지되는 제주도의 지하수와 공기열 덕분에 가능한 결과다.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풍부하고, 육지와 분리된 섬이라 독립적인 전력계통을 갖고 있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제주도는 P2H 기술을 이미 상당 부분 상용화했다. 토마토·딸기 등 과일은 물론 계란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한 대형 호텔은 냉·난방 시설 일부를 기존 LPG에서 P2H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서부농업센터는 이 덕분에 월 6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에너지공사 김영민 주임은 "봄·가을철 시설 온실 전력 증대를 통한 출력제어 완화 및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