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그룹 엔시티 127(NCT 127)과 엔시티 드림(NCT DREAM)으로 데뷔한 후 두 팀에서 모두 메인보컬로 활약해 온 해찬이 첫 솔로 정규앨범 '테이스트'(TASTE)를 이달 8일 발매했다. 3개월 전인 지난 6월부터는 해찬의 인스타그램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빨간색과 검은색이 강조된 사진이 하나둘 올라왔다. 솔로 앨범이 올해 안에 나온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유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반복해서 등장한 빨간색(Red)과 검은색(Black)은 솔로 앨범에서 펼칠 장르인 알앤비(R&B)를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예상이 맞는지 틀리는지와 무관하게, 해찬은 실제로 '테이스트'를 아주 착실하게 알앤비 장르로만 채워 솔로 데뷔했다.
'테이스트'라는 앨범명은 해찬이 가수를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음악적 '취향'을 팬들과 나눈다는 의미와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 만들어낸 음악을 '맛본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해찬은 앞서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일문일답에서 "제 음악적 취향을 가장 공유하고 싶었다"라며 "진짜 저를 담은 앨범"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는 K팝 신의 대표적인 '올라운더'로 꼽히는 해찬의 첫 솔로 정규앨범 '테이스트' 제작기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앨범 전반에 관해 A&R 부서에서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데뷔한 지 9년 만에 나온 첫 번째 솔로 앨범입니다. 11곡이나 든 정규앨범으로 준비한 배경과 대략적인 제작 기간이 궁금합니다.
A. 해찬은 솔로 활동에 대한 열정이 매우 컸고, 이번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앨범 준비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라는 그의 의지가 확고했기에, 회사 역시 해찬을 전폭적으로 서포트하며 앨범의 높은 퀄리티와 뚜렷한 방향성을 중점에 두고 제작했습니다.
첫 솔로 앨범인 만큼 해찬이라는 아티스트의 취향과 매력, 그리고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특히 알앤비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다양한 색채를 담아 내기 위해서는 미니앨범보다 정규앨범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작 기간은 작년 말부터 곡 수급을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 콘셉트가 본격적으로 정해졌고, 실질적으로는 6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2. '알앤비'라는 장르에 집중하되, 소울, 힙합, 재즈 등 다양한 분위기로 구성했습니다. 장르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방식의 앨범이라는 것 자체로 의미 있지만 한편으로 도전적인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알앤비라는 장르 안에서 앨범 전체가 완성도 있게 들리도록 만드는 데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가창, 편곡, 믹스 등 곡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세심하게 다듬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수록곡 작업에 참여해주신 디즈(DEEZ) 작가님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또한 곡마다 소울,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색깔을 담으면서도 서로 동떨어져 보이지 않고 하나의 흐름 속에서 어우러지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에도 신경을 썼어요. 스타일적으로는 폭넓으면서도, 어떤 곡도 뒤처지지 않고 '하나의 앨범'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운드와 트랙 배치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3. 첫 트랙 '카메라 라이츠'(Camera Lights)에 짧은 읊조림이 있고, 6번 트랙은 '인터미션'(Intermission)이 등장합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목과 입을 푸는 소리, 허밍 등이 들어간 '아웃트로'(백 인 더 스튜디오)(Outro)(Back In The Studio)가 마지막을 장식했고요. '한 장의 앨범'으로 기획된 티가 나는 짜임새였다고 생각하는데, 이 곡 외에도 트랙 리스트 배치에 주안점 둔 부분을 듣고 싶습니다.
A.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감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면서도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도록 구성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첫 곡 '카메라 라이츠'는 앨범 전체의 무드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크레이지(CRZY)와 '아드레날린'(ADRENALINE)은 강렬한 댄스 알앤비 사운드로 에너지를 쌓아 올리며 몰입도를 끌어올렸습니다. 다음 '러브 비욘드'(Love Beyond)에서 화려하게 감정을 터뜨린 뒤, '롤 위드 미'(Roll With Me)로 드라이빙 같은 여유로운 무드를 더해 환기를 주며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어지는 '인터미션'은 소울 풍의 '롤 위드 미'와 펑키한 '탤런티드'(Talented)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해찬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이후 '탤런티드'와 'WHN?'(Feat. 김하온)에서 다시 한번 그루비한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슈드 비'(Should Be)와 '그레이 레인'(Grey Rain)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진솔한 면모와 깊이를 담았습니다.
마지막 트랙 '아웃트로'는 이번 앨범이 끝나더라도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앨범의 시작이 녹음 부스에서의 읊조림으로 열리고, 마지막 역시 녹음 부스에서 마무리되도록 구성해 하나의 완결된 흐름을 완성했습니다.
4. '테이스트'를 만들 때 세운 방향성이 끝까지 잘 지켜졌는지, 앨범이 세상에 나온 지금 만족도는 어떠한지 말씀해 주세요.
A. 해찬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알앤비 앨범을 만들자는 방향성을 정했고, 그 기조가 끝까지 잘 유지된 것 같습니다. 앨범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도 의도했던 대로 구현되어 하나의 설득력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음악적인 완성도와 짜임새 면에서 해찬 본인도 '자기다운 앨범'이라고 느꼈다며 말해주어서 A&R 팀원으로서 만족도 높은 앨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팬분들께서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그 만족감이 더욱 커진 앨범이 되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