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탐욕이 부른 심판…창조세계 회복 향해"

"창조세계 착취하며 누려왔던 번영,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샬롬' 아냐"
"기후위기, 연약한 자들에게 더 가혹해…환경보호가 아닌 하나님의 공의 실현"
예배 뒤 광화문 기후정의행진으로…"신앙과 행동 결합"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2025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세인 기자

메말라버린 밭과 황량해진 숲, 더럽혀진 강과 바다 앞에 한국교회가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창조세계에서, 참된 나 자신에게서 멀어졌다"는 고백과 함께 신음하는 지구와 깨어진 관계를 회복해 달라는 간구가 이어졌다. 창조절 막바지에 드려진 이 기도는 교회가 '환경 보호'를 넘어 '창조세계와의 평화'를 선교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처럼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2025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2021년부터 세계기후행동의 날인 9월 24일을 전후해 기후정의주일로 지키고 있다.

'창조세계와 더불어 평화를 이루라(이사야 2:14-18)'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예배는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가 창조 질서 회복과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예배에서는 △교회의 기후정의 실천과 사회적 책임 △국가 정책과 개인의 삶의 전환  △생태계 파괴와 불평등 문제에 대한 성찰 △사회적 약자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등이 주요 메시지로 제시됐다.

설교를 맡은 김지영 기후정의위원회 목사는 "살림을 파괴했던 온갖 활동들로 인해 인간뿐 아니라 자연생명까지 고통을 받게 됐다"며 "인간의 탐욕과 무지, 무분별한 결과를 심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에서 말하는 샬롬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관계가 회복된 상태"라며 "그동안 창조세계를 착취하며 누려왔던 번영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샬롬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완전하게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정의로운 교회와 충성되게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과 함께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도 새 창조를 시작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2025 기후정의주일 공동기도'를 통해 "알량한 관심으로 스스로를 두둔하며 청지기의 사명을 외면하였던 것을 용서해 달라"며 "우리가 온전히 돌이킬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 "새로운 욕망을 클릭하기 전에 더위에 책임이 적은 나라의 사람들이 먼저 굶주리며 쓰러져간다는 소식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2025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세인 기자

이날 행사는 에큐메니컬한 연대의 장으로 다양한 교파와 교회, 성도 등 80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고통 받는 창조세계를 위해, 또 교회의 변화와 행동, 정책 수립과 실행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올해만 해도 갑작스럽고 집중적인 폭우와 영남 지역 산불, 강릉 가뭄 등 극심한 기후 재난을 경험했다"며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고, 가장 연약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조세계와 더불어 평화를 이루라는 부름은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피조세계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며 "예배로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행동으로 옮길 때, 창조세계 안에 새로운 희망이 움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영남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상임대표는 "이 땅은 기후위기로 신음하고 있고, 지구는 고통으로 아파하고 있다"며 "그 고통은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정의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창조세계의 회복은 곧 이웃사랑의 실천이자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합예배 직후 이어진 행진에 참여하기를 독려하며 "이번 행진이 함께 고민하고 결단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후정의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2025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리고 '9.27 기후정의행진'에 합류했다. 장세인 기자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에 진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9.27 기후정의행진'에 합류하기 위해 향린교회에서부터 곧바로 행진을 시작했다. 9.27 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라는 슬로건 아래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시작하는 도심 행진으로, 시민사회와 노동·환경 단체가 대거 참여했다.

행진에 참여한 황인서(28) 씨는 "대학교 선교단체에서 창조세계와 돌봄에 관한 모임을 하고 있는데, 마침 기후정의행진이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많은 크리스천 청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요한(30) 씨는 "행진에 4번째 참여인데, 할 때 마다 날씨가 더 더워지는 것을 느낀다"며 "평소에는 에어컨 아래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걸으면 매년 더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기후정의운동의 필요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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