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김동연 경기지사가 교착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지사는 미국의 3500억 달러(한화 493조 원) 대미 투자 요구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야기한 플라자합의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美 3500억 대미 투자 요구…한국판 플라자합의"
김 지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40년 전 플라자 합의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며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 대미투자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한민국도 잃어버린 30년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는 미국 국채, 금, 외화예금 등 다양한 자산 형태로 보유돼 있어 즉시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며 "직접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투자 실행 기간은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지사가 언급한 '플라자합의'는 1985년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 앓던 미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서독 등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대규모 달러화 매도 등의 결정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합의 전 1달러당 24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2년 뒤 1987년 말 120엔대로 급등했다. '엔고 불황'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실시했고 이 여파로 1990년대부터 버블(거품)경제 사태를 겪었다. 이후 일본은 30여년간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이 최소 방어장치"…협상 방향 '선방'
이어 김 지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up front)' 발언 이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는 점을 들어 "무제한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체결이야말로 최소한의 방어장치"라고 강조했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캐나다, 중국, 일본, 호주 등 세계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지만 미국과는 2021년 말 만기된 상태다.
김 지사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투자 실행 기간은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협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美, 양적 아닌 질적투자 집중해야…野, 정치공세보다 李에 힘 실어줘야"
김 지사는 미국 역시 '양적 투자'가 아닌 '질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면 동맹국 팔비틀기가 아닌 껴안기를, 제로섬(zero-sum·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이 아닌 윈-윈(win-win·상호 이익)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한미 관세협상이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이라며 "정부 비판을 목적으로 수용을 압박하는 식의 정체공세가 아닌 이재명 대통령과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야당을 향해 목소리 높였다.
한편 김 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