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사람의 망막 구조층과 미세혈관을 그대로 구현한 '망막 모사 안구 팬텀(Phantom)'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안과에서 쓰이는 영상진단 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망막 질환 검사 정확도와 신뢰성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망막은 카메라 필름처럼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고령화와 전자기기 사용,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망막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질환의 조기 진단과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안과에서는 다양한 망막 질환을 알맞게 진단하기 위해 광간섭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 여러 영상진단 장비를 활용한다. 문제는 진단 장비의 측정값이 병원별, 제조사별로 달라도 이를 평가하고 보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진단 결과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과 의료융합측정그룹은 인체 망막의 구조와 기능을 정교하게 재현한 인공 눈, '망막 모사 안구 팬텀'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팬텀은 눈금이 표시된 자처럼 진단 장비의 성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를 망막 진단 장비에 삽입한 후 측정하면 이미지 해상도, 시야 범위를 포함한 장비의 주요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교정할 수 있다.
기존 망막 팬텀은 망막 층과 혈관 일부만 단순 모사하는 데 그쳤으나, 연구진이 개발한 팬텀은 망막의 13개 구조층, 곡률, 미세혈관 네트워크 형태와 혈류, 망막 자가형광까지 정밀하게 재현했다. 실제 망막과 비교할 때 구조적 특성이 90% 이상 일치한다.
이번 개발을 통해 의료기관이 진단 장비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환자들이 어떤 병원에서 망막 검사를 받든 일관되고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됐다.
망막 진단 장비 제조사들은 팬텀을 활용해 시제품 단계에서 장비 성능을 미리 점검해 개선하고, 생산공정에서는 망막 진단 장비의 생산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실제 환자의 망막과 흡사한 팬텀으로 장비 사용법 및 진단 교육을 운영하면 의료진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KRISS 이상원 나노바이오측정그룹장은 "최근 망막 질환 진단 수요가 증가하며 AI를 활용한 진단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며 "이번 팬텀을 이용해 진단 장비를 교정하면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AI 기반 진단 장비의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