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 시·도 복싱대회에서 발생한 중학생 선수의 의식불명 사고가 대한복싱협회의 총체적 부실 운영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무안군 오룡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 3일 제주 한라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배 전국 복싱대회에 출전해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주먹에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A군은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다. 이날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대한체육회는 복싱협회를 '기관 경고' 조처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선수 안전 대책 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29일 체육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싱협회는 ▲대회 안전관리계획 미수립 ▲응급체계 구축 미비 ▲대회 규정 미준수 ▲사건 보고 및 초기대응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다.
대회 주최 측인 복싱협회는 이번 대회를 위한 자체적인 안전관리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대회 운영 기본 안전 지침에 명시돼 있는 비상 연락 체계 구축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응급 이송 체계 관리도 부실했다. 복싱협회와 임차 계약을 체결한 구급차 내 바이탈 기기와 사이렌은 작동하지 않았다. 병원 응급실 하차 지점 착오에 따른 지연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사고 당일 의사 또는 간호사를 배치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복싱협회 경기 규칙 위반이다.
이뿐 아니라 사고 선수를 보조한 세컨드(코치)는 2025년도 지도자 등록을 하지 않은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후 대응도 엉망이었다. 사고 상황에서도 다른 링에서는 경기가 진행됐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복싱협회는 사고 발생 5일이 지나서야 체육회에 보고했다. 이 같은 실정이 알려지자 체육계 안팎에서는 "대통령배 전국종목대회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복싱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와 함께 종목 특성에 맞는 안전매뉴얼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며 "사설 구급차의 조치 및 이송지연 등 법령 위반 사항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체육회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처·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