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보조 건물에는 전기 설비가 몰려있다.
전기설비는 진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진과 같은 충격이 있으면 설비 점검을 위해 원전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보수가 필요한 전기 설비를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영주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측정본부 비파괴측정그룹 이재범 박사팀은 원자력발전소 보조 건물 내 139개 세부 지점의 진동 현황을 추정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모델은 단일 센서가 실측한 지진 데이터를 입력받아 건물 내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0.07초 안에 산출한다.
가속도 응답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설비가 얼마나 빠르고 세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분석해 어느 구역에 설치된 설비를 우선 점검해야 하는지를 파악한다.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실제로 측정하려면 수백 대의 센서가 필요한데, 인공지능이 그 수백 대 센서를 대신하는 가상 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센서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인공지능 모델을 여섯 개 단계 블록으로 설계했다.
지진파 속 느린 흔들림부터 빠른 떨림까지 다양한 진동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 모델은 보조건물 전체의 큰 움직임뿐 아니라 특정 설비 주변에서 증폭되는 진동까지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잡음이 없는 조건에서는 예측 오차가 0.44~0.59% 수준이었다. 잡음을 인위적으로 섞은 10dB 환경에서도 4% 안팎의 낮은 오차 범위를 유지했다.
또 실제 지진 기록(NGA-West 2)을 활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 기준이 되는 강진 조건에서도 신뢰할만한 추정치를 산출해 냈다.
연구팀은 "원전과 같은 방사선 통제구역에서는 센서 설치와 유지보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이진구 연구원은 이번 성과로 제28회 원자로 구조역학 국제학회(SMiRT)의 젊은 연구자상(Shitaba Award) 부문에 입선(honorable mention)했다.
연구 결과는 토목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컴퓨터 에이디드 시빌 앤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 (Computer-Ai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에 9일 1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