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에…외신 "사실상 최후통첩, 하마스 수용 어려운 조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합의한 가자지구 종전안을 공개한 가운데, 외신들은 전쟁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 제시돼 있다며 사실상 종전을 압박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동안 하마스가 인질을 돌려보내고 무장 해제 후 망명 생활을 시작하면 즉시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하마스가 전쟁 내내 이를 거부했고, 이번 계획 역시 본질적으로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20개 항목의 계획에는 무기를 넘기고 공존을 약속하는 하마스 요원에게 사면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이나 하마스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등 핵심 조건은 빠져 있어, 사실상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라는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가자지구 정책에 항의하며 국무부에서 사임한 퀸시연구소 애넬 셀린 연구원은 "하마스로부터 '아니요'라는 답변이 예상된다"며 "그럴 경우 결국 팔레스타인은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묘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번 제안이 평화 합의로 포장됐지만 사실상 하마스에 권력 포기와 군축을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의 계획에는 하마스가 공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제안에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종전안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팔레스타인 국민의 열망'임을 인정했지만, 가자지구 재건과 당국의 정비가 성실히 이행될 때에만 국가 수립으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하마스는 자신들을 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저항세력이라고 주장하며, 줄곧 팔레스타인의 주권과 국가로서의 인정을 요구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제안은 하마스의 핵심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자지구 중부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엘리엇 에이브럼스 외교관계위원회 중동 수석연구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립과 비난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곧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계산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그 가능성을 없앴다. 이제 이스라엘은 멈출 필요가 없다. 이는 하마스를 정말로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NYT는 이번 발표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미국을 가자지구 전쟁에 깊이 연루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중동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이번 평화안은, 만약 하마스가 원칙적으로라도 수용한다면 미국이 엄청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모든 쟁점이 치열한 협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평화 제안은 대통령 개인의 역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미국의 개입과 감시가 필요한 계획에 스스로 서명했고, 그 핵심 감시자 역할을 직접 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그냥 버릴 수 있는 휴전 합의가 아니다"라며 "여기엔 모든 것이 포함돼 있고, 그 모든 것의 꼭대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앉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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