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 전산망을 관리하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이 교체 시기를 1년 이상 넘긴 무정전·전원 장치(UPS) 배터리를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국정자원 측의 과실 여부와 위법성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3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화재가 난 무정전·전원 장치(UPS) 배터리는 2014년 8월 설치돼 보증기한 10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정자원 측은 지난해 6월 제조사로부터 교체 권고를 받았다고 밝혀, 국정자원이 1년 넘게 노후 배터리를 사용한 점이 이번 대형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 여부가 논란이다.
이에 경찰은 국정자원 측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노후 배터리 사용에 따른) 과실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과실이 있다면 어떤 법리에 위배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리튬이온배터리 6개에 대해 안정화 작업을 거쳐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발화 원인을 두고 '노후 배터리 자체의 결함' 외에도 '작업 중 과실' 가능성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국정자원 측은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고 케이블을 분리한 지 40분 만에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로부터 "배터리를 껐다"는 진술은 확보했지만, 정확한 전원 차단 시각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발화지점이 노후 배터리 자체였는지 혹은 케이블 분리 과정에서 발생한 스파크였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또 배터리 분리 작업 과정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 드라이버도 국과수에 감식 의뢰했다. 작업 중 드릴 사용으로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로 부상을 입은 40대 현장 작업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작업자는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어 2주 진단을 받았으며, 회복 후 대면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4일 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며, 국정자원 5층 7-1 전산실 내부를 3D 스캐너를 활용해 정밀 감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