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이다'
'지자체가 결혼정보업체냐'
2016년 대구 달서구가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만들어 지자체 주도의 미팅 사업을 시작했을 때, 여성단체와 진보정당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던 시기. 저출산, 인구절벽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긴 했지만 2025년 현재만큼 위기가 절박하게 체감되진 않았기에 비판의 강도가 더 거셌다.
하지만 인구소멸 위기의 문제를 보다 멀리 내다봤던 이태훈 달서구청장과 당시 담당 팀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이어갔다. 결혼을 한다고 다 아이를 낳는 시대는 아니지만, 새 가정을 꾸리는 기쁨을 일깨우는 데 가치가 있고 우리나라 특성상 결혼을 해야 출산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그 사이 합계출산율은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 기준 0.75명이 됐다. 그야말로 '인구 절벽의 시대'에 도달하자 '나는 솔로', '솔로지옥' 등 매칭 프로그램의 인기도 높아졌다. 달서구의 결혼장려 사업 역시 빛을 보게 됐다.
달서구는 9년간 미혼남녀 미팅 사업을 지속해 지금까지 90회의 만남에 1667명이 참여했고 그 중 298커플을 매칭시켰다. 실제 결혼까지 한 커플은 190쌍에 달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평일 저녁 만남, 주말 만남, 다회성 만남 등 사업 종류를 다양화했고 참여 대상도 달서구민에서 달서구를 직장으로 둔 미혼남녀, 협약 기관 직원 등으로 확대했다.
결혼장려팀 첫 팀장을 지낸 김순자 달서구 홍보미디어과장은 "처음에는 맨바닥에서 시작하다보니 본보기가 없어 힘들었고 여론의 비판도 많아 물음표를 가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보니 미혼의 자제를 둔 부모들이 적극 사업을 지지하고 바라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사업이 됐고 달서구 직원들이 이 사업을 잘 끌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많이 했는데 달서구가 원했던 나비효과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 기초·광역 지자체 가운데 상당수가 미혼남녀 만남 주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몇 년 안 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선두주자인 달서구에 각종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미팅 사업을 본격 시작한 경상북도의 경우 올해 세 번의 행사를 열었고 34커플이 성사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의 경우 청년 인구가 적고 각 지역간 거리가 멀어 인구 분포가 분산돼 있다 보니 청춘남녀가 만날 기회가 매우 적은 지역이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첫 사업을 선보인 대구시도 세 번의 행사를 통해 15커플 매칭에 성공했다. 대구시의 만남 행사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주민이 직접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보니 호응이 좋고 계속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보다 2배 증액된 금액을 올려뒀다"고 전했다.
각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식비, 프로그램 진행비 등만 들다보니 사업비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달서구의 경우 연간 사업비가 37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참가자 입장에서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또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보니, 사업의 신뢰성도 높은 편이다. 행사 성격의 변질, 신상이나 개인 정보가 침해될 우려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만남 주선이 저출산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단순히 결혼을 독려하는 사업에 그치지 말고, 결혼을 회피하는 이유를 해소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당시 달서구를 비판했던 남은주 전 대구여성회 대표(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감사)는 "결혼은 개인의 결정인데 여기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혼 성사 자체에만 중점을 두면 안 되고, 주거 문제 등 정주 요건 개선을 통해 아이를 낳지 못하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을 행정의 목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년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사무처장도 "요즘 젊은 인구가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장(場)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삶, 수입, 직장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생활 저변의 기반을 다져야 결혼도 하고 2세 계획도 할 수 있다. 당장 몇 쌍의 커플이 탄생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취지에 걸맞는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