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카운트다운'…천년고도 경주, 세계 외교 중심 선다

'APEC 정상회의'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경주서 개최
주요 인프라 조성 작업 마무리…안전점검 후 시범운영 나서
회원국 간의 다자회담은 물론 미·중 양자회담 성사 여부 '관심'

'2025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으로 사용하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경주시 제공

2025년 10월 말, 천년고도 경주에 아시아·태평양의 21개 APEC 회원국 정상이 모인다. APEC 정상회의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를 넘어 글로벌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초대형 외교 이벤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경주는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PEC은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12개국의 각료회의로 출범했다. 이후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가 열렸고, 회원국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태평양 연안 21개 국가로 확대됐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교역량의 50.1%, 국내총생산(GDP)의 약 62.2%를 차지하고 있어, APEC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협력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는 호주와 함께 APEC 창설을 주도했으며,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1991년 서울 각료회의를 개최해 헌장격인 '서울선언'을 마련했다. 이어 2005년에는 제13차 정상회의를 부산에서 열었고, 20년 만인 올해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정상회의 기간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 간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낙영 경주시장과 함께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정상회의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경주는 도시 전체가 회의 준비 현장으로 변했고, 관계기관은 성공 개최 준비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와 조직위원회는 안전·의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고,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도심 전역의 경관·숙박·교통·위생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통, 숙박, 보안 등 1천개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수요자 중심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정상회의장과 전시장, 국제미디어센터 등 APEC 주요 인프라 공사도 사실상 마무리돼, 조만간 안전점검을 거쳐 최종 리허설을 비롯한 시범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행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문관광단지 일대의 야간경관 정비와 하수관로 준설, 특별방역은 물론, 도심 주요 간선도로의 가로등 교체와 조경 보강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회의 기간 중 경주는 '천년고도'의 위상을 드러낼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세계인을 맞는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사상 최초로 6개의 신라금관이 모두 모이는 특별전 펼쳐지고, 시내 곳곳에서는 전통 공연과 정동극장 작품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숙박시설도 준비가 한창이다. 경주 내 주요 호텔과 리조트는 정상과 대표단이 머무를 객실에 방탄유리와 도청 방지 설비를 설치하고, 외빈 전용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35실도 마련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계기"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가장 안전하고 성공적인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는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이자 세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9년 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에 경주에서 양자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I 생성 이미지.

외교와 통상,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의 수장이 경주에서 만나 관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경주는 단숨에 모든 미디어의 주목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4주 후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며, 대두는 대화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두와 다른 작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주 후'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경주박물관 중정에 들어선 목조 신축건물.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의 미(美)를 알리기 위해 목조를 토대로 석조계단과 처마 등의 전통적 요소를 가미해 만들어졌다. 경주시 제공

이에 경북도와 경주시는 미·중 정상회담을 국립경주박물관 행사장에서 열기 위해 우리 정부는 물론, 미·중 대사관 등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건물은 세계 정상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목조를 토대로 석조계단과 처마 등의 전통적 요소를 가미해 만들어졌고, 경주박물관에는 성덕대왕신종과 신라금관을 비롯한 7천여점의 문화유산이 모여 있어 우리 역사와 문화와 높은 수준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어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미·중 정상회담은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초대형 이벤트'로 경주박물관에서 열린다면 한국 문화의 정수가 담긴 경주박물관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