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은중과 상연' 눈 촬영 담 걸려…김고은 다 받아줬죠"[왓더OTT]

[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박지현 배우
"평소 사람 관찰 좋아해…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달라졌죠"
"40대 상연 의상 사비로…'은중과 상연' 누구에게나 맞닿아 있죠"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10대 시절부터 40대까지 이어지는 류은중과 천상연(박지현)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룬다. 두 번의 절교와 수많은 사건들을 거치며 변화를 겪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말기 암에 걸린 천상연이 은중에게 마지막 동행을 부탁하며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한층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보다 보면 배우들의 '찐호흡'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화면 밖에서도 당시 상황을 즐기는 배우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7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담겼다.

해당 장면은 극 중 류은중(김고은)이 어머니 가게 앞에서 천상연(박지현)에게 장난을 치며 눈을 던지는 신이다. 눈은 천상연 얼굴 그대로 천상연의 얼굴을 향했고, 이후에는 연기를 넘어선 '찐반응'이 이어졌다.

사실 대본에는 얼굴을 향해 정확히 던지는 설정은 없었다고 한다. 김고은은 "한 번에 가면 좋으니까 기왕이면 정확히 던진 것"이라며 귀띔한 바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지현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웃었다.

"맞아요. 고은 언니가 그랬어요. 머리에 남은 눈을 털려고 기둥을 붙잡고 막 흔들었죠."

그는 당시 머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을 직접 재현하며 "이러다 다음날 진짜 담까지 와서 고생했다"고 웃었다.

현장에서는 김고은과 함께 극 중 천상연의 짝사랑 상대 김상학을 연기한 김건우를 자주 놀렸다고 한다.

박지현은 "고은 언니랑 제가 장난기가 많아서 건우 오빠를 되게 놀렸다"며 "아무래도 천상연이 극 중 어두움과 우울함에 있어서 좀 벗어나게끔 하는 저만의 탈출구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우 오빠가 다 묵묵히 받아줬다. 진짜 김상학 선배 같았고 오맹달같은 존재처럼 다 이해해주고 받아주고 그랬다"며 "한편으론 미안하면서도 너무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평소 사람 관찰 좋아해…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달라졌죠"

박지현은 조력사망을 간접적으로 접한 경험에 대해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조력 사망의 유형이 다양하고 사회적·윤리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상연의 입장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박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천상연의 20대부터 30·40대, 말기 암으로 인한 고통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쉽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천상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 해온 인물 같았다"며 "상황과 타이밍이 상연을 그렇게 만들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류은중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연은 사랑의 결핍으로 은중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상연이 오롯이 솔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은중의 엄마(장혜진)였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상연은 나중에야 은중의 존재가 날 이끌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는 걸 깨닫고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현은 40대 상연의 모습과 환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평소 주변 인물을 관찰한 노력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마다 배울 점이 있어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며 "주변에 40대 성공한 언니들 혹은 아픈 사람들을 많이 지켜보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시리즈 '은중과 상연'. 넷플릭스 제공

여기에 '호흡'에도 중점을 뒀다. 박지현은 "제 몸에 예민하다 보니 호흡과 자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탐구했다"며 "상연의 20대, 30대, 40대의 생활 환경 차이를 떠올리니 자세와 표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외형적 변화를 위한 공도 들였다. 특히 말기 암 환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3주간 단식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단기간에 죽음과 가장 가까운 느낌일 거 같았어요. 단식을 하니 몸은 마르면서 얼굴은 붓고 약간 누렿게 뜨더라고요."

이어 "그래서 얼굴은 붓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촬영하러 가기 전에 몇 시간씩 울고 갔는데도, 현장에 너무 몰입해서 초연하고 덤덤해야 하는 신들까지 눈물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받았단다. 박지현은 "연기하면서 배역과의 분리가 잘 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죽음이 사실 굉장히 멀게만 있는 단어는 아니란 걸 느꼈다"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40대 상연 의상 사비로…'은중과 상연' 누구에게나 맞닿아 있죠"


박지현은 스위스 촬영에 대해 "시간과 장소가 제한적이라 더 집중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호텔 앞 리마트 강을 현지에선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더라. 종소리까지 울려 후시녹음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박지현은 이번 작품을 함께한 김고은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면 늘 부담감과 긴장감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할 때만큼은 그런 고민이 덜했다"며 "제가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고은 언니가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위스 촬영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감정이 무너져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는데 고은 언니는 힘든 내색 없이 그걸 다 받아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15회 천상연의 마지막 장면에선 잊지 못할 순간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작품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고은 언니가 (몰입해) '사랑해'라고 애드리브를 했었어요. 그때 (화면에) 제 머리까지 걸쳐 있어 움직이면 안 됐는데 '난 절대 움직이면 안 돼', '내가 움직이면 나는 죽을죄를 짓는 거야'라고 생각했죠.(웃음)"

극 중 40대 상연의 패션에도 공을 들였다. 옷은 물론, 시계, 선글라스, 가방 등 다양한 고가의 소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현은 협찬없이 본인이 직접 산 것이라고 털어놨다.

40대 천상연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그는 "평소에는 추리닝을 입고 다니지만, 상연의 40대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에 의상팀 실장님과 상의해 구입했다"며 "역할에 맞는 옷을 직접 사는 편이다. 추억의 물건이 되기도 하고, 언젠가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맡게 되면 다시 사용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작품이 끝나면 잘 입지 않는다"며 "오디션을 보러가는 배우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하는데 1~2년은 누구에게 가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고 웃었다.

끝으로 작품의 매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은중과 상연'은 누구의 인생과도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모든 분들이 자극으로부터 조금 쉴 수 있도록 우리 인간의 삶과 좀 더 땅에 붙어있는 감정들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드리고 싶었어요."

한편, 총 1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5위에 올랐다. 또,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9월 3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에서 18.86%의 점유율로 전체 2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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