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뒤늦은 '혐중 구호 금지'에 법원 제동…"폭력 허용은 아냐"

경찰, 자유대학 개천절 집회에 '혐중구호 금지' 통고
법원, 집회신고 접수 48시간 지나 금지 근거 미비 판단
"집회에서 언어·신체적 폭력과 협박 허용 의미 아냐" 당부

시위대 명동 진입 막는 경찰. 연합뉴스

법원이 3일 개천절 집회에서 '혐중' 구호를 제한한 경찰의 조치에 대해 보수시민단체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뒤늦은 경찰의 제한 통고가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집회를 기존대로 하도록 열어준 셈이지만, 집회에서 언어·신체적 폭력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2일 반중(反中) 집회를 주도해온 보수단체 자유대학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판결 선고 때까지 통고 집행을 멈춰달라'며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자유대학은 지난달 17일 서울경찰청에 개천절 집회 신고를 했는데, 같은 달 26일 경찰은 '집단적 폭행·협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모욕·명예훼손 및 특정 인종·국적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제한통고를 했다.
   
자유대학은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행정법원에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에서 집행정지 신청은 민사소송의 가처분 신청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집회·시위를 금지한 처분과 관련한 집행정지 신청은 인용될 경우 이미 임박한 집회가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본안인 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재판부의 인용 결정에 따라 자유대학이 이날 오전 7시부터 밤 11시59분까지 광화문 인근에서 개최하는 집회에는 경찰의 혐중 구호 제한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경찰이 자유대학의 집회신고서를 접수한 당시가 아니라 상당 시간이 지나 금지 통고를 한 점에 주목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경찰이 집회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을 기준으로 금지 통고의 요건을 달리 서술하고 있다.
   
48시간 이내에는 법률에 정해진 사전금지 조항을 어긴 경우에만 금지 통고할 수 있고, 48시간 이후의 경우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 예외적으로 금지통고를 할 수 있도록 범위가 더 좁아진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신고서를 접수했을 당시엔 48시간 이내에 특별한 금지나 제한통고가 없었다"며 "통상적으로는 관할 경찰서장이 신고서를 접수받고 48시간 내에 '차선은 어디까지만 가능하다, 교통정체 유발 행위는 금지한다' 등의 질서 유지를 위한 제한 사항을 통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신청인(경찰)은 10여일이 지나서 사후 제한통고를 추가했다"며 "그럼에도 제8조 1항 단서를 근거규정으로 들지 않고 사후적으로 이뤄진 제한통고의 적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집행정지가 신청인의 집회·시위에서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과 협박 등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집회 참가자는 법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집시법에서 주최자, 질서유지인, 참가자 모두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