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침체에 명절 대목에도 한산…활기 잃은 여수

일감 찾아 떠나는 노동자들 상여금도 옛말
시장 상인들 "매출 3분의 1로 줄어"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일대. 유대용 기자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이 업황 악화에 침체되면서 지역경제도 덩달아 활기를 잃고 있다.
 
황금연휴 특수는 옛말이라는 상인들의 한숨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경제의 주축인 산단 근로자들은 일감을 찾아 지역을 떠나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2일 전남 여수 해안로 건어물상가 시장 일대. 유대용 기자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해안로 건어물상가 시장 일대.
 
예년이라면 추석 대목에 들어가 전날까지 쏟아지는 택배 물량을 처리했겠지만 올해는 물량이 급감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인근 중앙선어시장과 교동시장 역시 비슷한 처지로, 연휴 시작과 함께 북새통을 이뤘던 거리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씀씀이도 눈에 띄게 줄면서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해안로 건어물상가 상인 A씨는 "20여 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이번 추석처럼 한산한 명절은 없었던 것 같다"며 "택배주문이 집중되는 지난주부터 장사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택배주문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한산한 전남 여수 교동시장. 유대용 기자

연휴 대목에도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등 지역 식당가도 한산하기만 하다.
 
여수시청 인근에서 식당은 운영하는 주미경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최근에는 오전에만 문을 열고 있다"며 "평소에 비해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 예약손님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지역경제의 주축인 여수산단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생산설비 감축을 조건으로 한 구조 개편안을 밝히면서 기업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데 나섰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찾기에 급급한 처지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하던 기업들도 올해는 크게 줄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명절마다 이어왔던 위문품 전달을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공장가동률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은 물론 일용직 고용시장의 불안은 심각한 수준으로, 플랜트 노동자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9천여 명이 여수산단에 투입됐지만 현재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2천 명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이 마르면서 지역을 떠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로, 실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일자리를 찾아 여수를 떠난 조합원은 1600명이 웃돈다.
 
산업과 관광의 중심지인 여수 곳곳에서 황금연휴 특수를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실제 올해 4분기 여수지역 기업경기 전망지수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52.1을 기록했다.
 
기업경기 전망지수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표현한 지수로 100에서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도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기획국장은 "산업위기, 고용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이 됐지만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내용은 저리 대출 외에 전무한 실정이다.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실정"이라며 "여수지역 플랜트 노동자의 경우 9천여 명이 일하다가 지금 한 2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노조 지부 차원에서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과 같은 제도도 축소하는 추세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도 어려운 처지다"고 토로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