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 김채현 "살아가는 이유라고 할 만큼 저는 연기가 좋아요"[EN:터뷰]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김채현. 황진환 기자

경상남도 밀양 출신인 김채현은 어릴 적부터 꿈이 '탤런트'였다.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그는 20대 초반부터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생계에 집중하느라 잠시 연기를 쉰 적은 있지만 묵묵하고 꾸준하게 배우의 길을 걸었다. '폭군의 셰프'로 자기 서사가 있는 비중 있는 조연을 처음 맡게 된 김채현의 목표는 '배우로서 자리 잡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 않고 연기만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폭군의 셰프' 추월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채현을 만났다. '폭군의 셰프' 종영 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김채현은 '폭군의 셰프' 대본을 봤을 때부터 왠지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며, 본인에게도 매우 고마운 작품이라고 전했다.

'폭군의 셰프'는 김채현에게 "첫 단추를 끼는 작품"이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진짜로 많이 배웠고, 추월이란 배역을 만나서 행복했고 그냥 모든 게 감사한 작품이었다.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그게 제일 솔직한 제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처음 4부까지 나온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감이 왔다. 김채현은 "그냥 한 번에 다 읽었다. 너무 재밌었다. 입체적으로 인물들이 올라오더라. 그래서 '작가님 진짜 잘 쓰신다'라고 느꼈다. 보면 볼수록 재밌고 또 연출님이 잘하시고 배우들이 잘하니까 이 3박자가 다 맞춰진 것 아닌가. 이 작품 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우리는 계속했다, 촬영장에서부터"라고 말했다.


김채현은 극 중 숙원 강목주의 뒤에서 온갖 악행을 도맡아 하는 감찰상궁 추월 역을 연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채현, 강한나. tvN 제공

신기한 꿈도 꿨다. 김채현은 "(강)한나랑 얘기한 게 있는데, 제가 꿈에 큰 초원, 벌판 같은 곳에 큰 소들이 많은 꿈을 꿨다. 근데 거기 의자에 앉아계시는 분이 장태유 감독님이시더라. 그래서 우리끼리는 대박 날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김채현은 "편집본을 보고 온 한나가 진짜 재밌다고 했다"라며 "'역시 장태유 감독님!' 했다. 요즘 사회가 먹고 살기 힘들고 팍팍한데 (드라마) 타이밍도 되게 좋았던 것 같다. 요리 먹었을 때 선배님들이 하는 CG(컴퓨터그래픽) 보면서도 '와, 역시!' 했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가장 남다른 관계를 맺었던 강목주 역 강한나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김채현은 "한나씨는 굉장히 노련하고 좋은 배우고 상대방을 되게 배려하고 교감할 수 있는 정말 너무너무 좋은 배우다. 저는 만나서 많이 배웠다. 그래서 한나를 만난 건 행운이고, 그래서 한나씨한테 너무 고맙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나 연기는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보이는 게 깔끔하다고 해서 그게 디테일하지 않다? 그것도 아니다. 그 안에 디테일함은 다 있다. 그게 표정으로도 말로도 보인다. 제가 한나한테 고마웠던 게, 저도 준비해 가는 연기가 있지 않나. 근데 생각지도 못한 리액션이 나오는 연기를 한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게 더 맞겠구나' 할 때도 몇 번 있었다. 깊이 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을 끌어내는 묘력이 있더라"라고 돌아봤다.

또한 "애가 되게 털털하고 성격이 너무 좋다. 제가 아직 방송 (촬영) 스킬은 좀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한나는 카메라가 저한테 안 올 때는 '선배님, 좀 앉아서 쉬세요' 했다. 그때는 무릎 안 꿇고 앉아 있어도 된다 이런 거 하나하나 알려주며 저를 되게 많이 배려해 줬다. 알아도 안 해주는 배우들이 있는데 한나는 그만큼의 배려를 저한테 많이 해 줬다"라고 전했다.


김채현은 '폭군의 셰프'가 자신에게 성장을 남긴 작품이라고 밝혔다. '폭군의 셰프' 캡처

왕 이헌 역의 이채민을 두고는 "나이를 떠나서 굉장히 열려 있고 유연하더라. 굉장히 성실하고 노력파다.  진짜 가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고 채민이는 잘될 수밖에 없고, 잘될 수밖에 없는 기회를 본인이 잡은 거라고 생각했다. 준비가 돼 있으니까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지영 역 임윤아에 관해서는 "(강한나도 그렇고) 둘 다 예쁜데 착하기까지 하더라. 윤아는 톱스타인데도 정말 털털하더라. 진짜 대단한 게, 촬영이 많으니까 힘들고 엄청 짜증 날 수도 있다. 근데 짜증 한 번 안 내고 힘든 내색 한 번 안 한다. 눈 마주치면 웃어준다. '저 아이는 뭐지?' 하는 거다.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이 계속 윤아랑 같이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라고 웃었다.

'폭군의 셰프'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선배님을 만나기도 했다. 대전상궁 최말임 역의 박준면이다. 김채현은 "제가 선배님만의 소울을 팬으로서 너무 좋아한다. 노래도 너무 잘하시고, 말씀하시는 것도 똑같다. '전참시'(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오는 그 모습 그대로다. 이번에 만났는데 되게 기운이 좋으시더라. 근데 붙는 신이 한 번밖에 없어서 친해지진 못했다"라면서도 "선배님은 특히 보조 출연자분들에게도 소소한 것들을 계속 챙겨주셨다. 마음 밭이 크신 분"이라고 전했다.

제일 친해진 배우는 상궁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제조상궁 김복순 역을 연기한 배우 최연오다. 김채현은 "지금도 선배님이라고 안 하고 그냥 언니라고 한다. 저한테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셔서 제일 좋아하는 언니다. 종종 통화도 한다"라고 말했다.

김채현은 30대 중반부터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

임송재 역 오의식과는 1983년생 동갑 친구 사이다. 김채현은 "옥사 신 말고는 붙을 일이 없어서 조금 데면데면했는데 의식이가 워낙 친근하게 다가와 줬고, 쫑파티 때 의식이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채현아, 우리 50이 너무 기대되지 않아?'라고. 지금 자기 성장에 집중하는 모습이 저랑 결이 되게 비슷하더라. 조급해하지 않고 뭔가 여유가 있달까? 자리 잡은 배우인데도 굉장히 겸손하고 안정감 있고, 친구지만 되게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자고 제가 먼저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김채현은 "'폭군의 셰프'는 배우, 스태프, 감독님 전체가 다들 좋은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을 모아놨다. 촬영장이 힘들었다. 완전 한겨울에서 한여름까지 하고 얼마나 힘들겠나. 근데도 불만도 별로 없었다. 저희 부안에서 경합 신 촬영할 때 서이숙(인주대왕대비 역) 선배님이 저희 여인들 다 모아가지고 맛있는 것들 사 주시고 사담도 나눴던 게 너무 좋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채현은 소속사가 따로 없다. 직접 운전해서 이동한다. '폭군의 셰프' 촬영으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김채현은 "처음으로 매니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혼자 다 하니까. 제가 추월 역을 하면서 일부러 3㎏을 뺐다. 근데 운전하면서 5㎏이 넘게 빠져버린 거다. 나중에 너무 말라져서 지금도 조금은 찌우고 있다. 살이 많이 빠질 정도로 지방을 많이 다녔다"라고 부연했다.

그런데도 김채현은 고생하는 다른 이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사람인지라 몸은 힘들었다"라고 하면서도 "저는 항상 장태유 감독님이나 김정욱 감독님 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장태유 감독님 보면서 나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짜 그냥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배우 김채현. 황진환 기자

김채현은 "왔다 갔다 하면서 전체를 진두지휘하면서 잠도 안 주무시는 것 같더라. 그러면서 작품에 완전히 열과 성을 다하셨다. 잘되는 사람들은 뭔가 이유가 있나 보다, 하고 정말 진짜 리스펙(존경)하게 됐다. 언성 한 번 안 높이신다. 말투가 따뜻하신데도 그 안에 되게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저는 이번에 처음 같이 작업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대단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30대 중반부터 매체 연기를 시작하고 싶었던 김채현은 대학생들이 만드는 단편 영상에 출연하며 '영상'을 쌓았다. 그는 "영상이 없다 보니까 연락 오거나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라며 "저는 배우니까 따지고 싶지 않았다.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연기를 되게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게 있다면 해야 하고,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면 저는 가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고깃집, 보험 판매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김채현. '폭군의 셰프'를 찍을 때도 모델하우스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언젠가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연기 활동에만 전념하는 게 꿈이다.

김채현은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셨다. 엄마가 혼자 밀양에 계시는데 엄마를 호강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좀 자리 잡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본인이 하는 일에 부모님이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 김채현은 "항상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니까 제가 허투루 나가지도 않고 그냥 꿈 갖고 올곧게 한길만 걸어왔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어머니는 '폭군의 셰프'를 어떻게 봤을까. 김채현은 "마지막에 옥사에서 죽을 땐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 너무 눈물 나서 못 보겠다고. '우리 딸 고생했다, 엄마가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혼자서 그렇게까지 하는 게 대단하다'라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김채현은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이어 "신랑이 평소에 무뚝뚝해서 그런 말 잘 안 하는데 '고생했네'라고 했다. 얼마 전엔 전화할 일이 있어서 남편 휴대전화를 썼는데 제 번호가 뜰 때 추월 상궁 사진이 있더라. '오빠, 이거 뭐야?' 했는데 '아, 몰라' 하는데도 엄청 감동했다. 항상 거기 있는 나무 같은 좋은 사람"이라고 웃었다.

김채현은 "저는 이 작품을 만나서 김채현이라는 배우가 성장했다는 거, 그걸 얻은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한다.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만나든 초심을 잃지 않고, 이번 추월을 만났을 때처럼 진심으로 연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 재밌어요.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그러니까 배우로서 살고 있는 지금도 저 자신도 너무 좋고 그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가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저는 좋거든요. 그냥 그거예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예요. 그만큼 저는 연기가 좋아요.

이것('폭군의 셰프')으로 인해서 내 인생이 바뀌진 않을 거니까, 내가 하던 대로 가다 보면 또 좋은 작품이 들어올 거고 그럼 내가 최선을 다해서 그 배역을 만나면 되는 거고…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제일 어렵지만 자신은 있어요.

제 그릇을 알아요. 저는 한 번에 이렇게 빛을 보는 배우도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가야 되는 배우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면서 가다 보면은 한 번에 무너질 길은 없다고 저는 자신하고 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길게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항상 그 믿음을 가지고는 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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