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불대 재사용해 알코올 농도 측정…법원 "음주운전 무죄"

음주운전 적발…13차례 시도 끝에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불대 재사용, 알코올 성분 남아 과다 측정됐을 것" 주장
1심은 음주운전 인정…2심 "불대 재사용으로 수치 영향"

연합뉴스

일회용인 음주측정 불대를 다시 사용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로는 음주운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한상원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3년 8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생수로 입을 헹구게 한 뒤 음주측정기의 일회용 불대를 불도록 했다. 그런데 A씨가 바람을 약하게 불어넣어 제대로 측정되지 않아 13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이상인 0.085%였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1개의 일회용 불대로 여러 차례 음주 측정이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반복 사용된 불대에 알코올 성분이 축적돼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과다하게 측정됐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음주 측정 1회당 1개의 일회용 불대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찰청 교통단속 처리 지침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불대에 남은 잔류 알코올에 의한 과다 측정 가능성은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의심에 불과하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은 음주측정기 불대는 1회만 사용해야 하고, 3차례 연속 측정에 실패하면 5분 이상 기다린 뒤 새 불대로 다시 측정해야 한다는 사용설명서를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일회용 불대를 재사용할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가 10차례가량 호흡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호흡 액체와 침이 측정기 입구를 막아 음주 측정 수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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