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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텔레핸들러에 끼인 심장…폐쇄회로서 전해진 위험 요인 (계속) |
지난해 11월 8일 전북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공장에서 강태완(32) 씨가 장비를 이동시키던 중 고소작업대와 야적된 장비 사이의 '끼임'으로 사망했다.
'비정형작업(작업 순서 등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일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따른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점과 넓은 공터 앞에 야적된 건설장비의 존재 이유, 분산된 안전관리감독자 등 스스로 많은 위험을 감수하다 숨진 태완 씨의 그날을 재구성했다.
'텔레핸들러'에 압착돼 숨진 태완 씨…위험 요인 다수
지난해 11월 8일 전북 김제시의 특장차 H공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개발 중인 텔레핸들러(고소작업차와 지게차 기능 결합 장비)를 테스트 장소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텔레핸들러가 있던 창고와 야외 공터 사이에는 5대 이상의 고소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연구원이던 몽골 국적 태완 씨의 업무는 리모컨으로 텔레핸들러를 조종해 목표 지점으로 장비를 옮기는 일.
입사한 지 6개월 차이자, 사무 업무를 담당했던 '신입'에게는 낯선 작업이었다. 텔레핸들러를 틀어 후진시킨 뒤 공터로 옮기려던 그의 생각과 달리, 텔레핸들러는 방향을 틀지 못하고 대각선 직진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리막 경사로를 만난 텔레핸들러는 급격히 하강했고, 태완 씨는 순식간에 야적된 건설장비 사이에 심장이 끼어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텔레핸들러부터 야적된 건설장비의 거리는 고작 10~20m였다.
넓은 공터 앞에 야적된 건설장비를 두었던 점과 '비정형작업'에 따른 작업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던 점, 명확한 관리감독자를 두지 않았던 점 등 '신입' 태완 씨의 일상은 위험 요인으로 가득했다.
위험성 평가 미실시 32%…폐쇄회로(CC)TV 본 노무사 "안전 소홀"
태완 씨 사고는 '근로자가 스스로 많은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더한다.절차와 체계가 표준화되지 않은 사업장일수록 작업계획서를 통해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해야 하지만 이를 책임지게 할 인력도, 사업장 내 위험성 평가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21년 산업안전보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위험 요인이 있는 2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51.5%가 정기적으로, 20.9%는 비정기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하는 등 72.4%만이 평가에 참여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대체로 비정형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데도,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참여도 역시 낮아졌다. 20~49인 규모의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 미실시는 32.4%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해당 업체는 하나의 업체를 두 개의 사업장으로 갈라놓은 후 한 부서장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국책 사업을 하는 사업장과 일반 업무를 하는 사업장이 분산돼 있어 오롯이 안전을 책임질 인원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일상적이지 않은 업무이다 보니 위험성 평가나 조치 계획 같은 것이 사업장에서 전혀 수립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매뉴얼 부재로 인한 비정형적 작업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태완 씨 사망 사고의 경우)먼저 계획을 제대로 세운 다음 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를 점검해야 하지만, 유족의 이야기는 이런 과정이 없어 태완 씨가 스스로 많은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