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교육도 없이 투입…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더 매뉴얼:전북 산업재해 톺아보기②]
외국인 근로자 잔업 떠 맡아 작업 도중 메탄가스 폭발
생존자 "무슨 작업인 지 모른 채 회사 지시로 투입"
안전조치 미흡 · 작업 지속성 인지 불구 미조치…법조계 '미필적 고의'
사업주 인식 변화 및 매뉴얼 필요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생존자 인터뷰 모습. 전북CBS 유튜브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텔레핸들러에 끼인 심장…폐쇄회로서 전해진 위험 요인
②사전 교육도 없이 투입…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계속)

강태완 씨의 끼임 사망과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는 일상적이지 않은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안전보건계에서는 비정형 작업이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 위험성 평가 등 안전 조치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지금·즉시·당장 처리할 '잡무'로 보고 있는 현실이다.
 

매뉴얼도 사전 교육도 없이 작업하다가 '펑'…폭발 생존자 "지침 없었다"


지난해 5월 2일 오후 6시 42분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A씨 등 5명은 전신 화상을 입었고, 사고 발생 46일만인 6월 18일에는 치료 중이던 1명이 숨졌다.
 
이 사상자들의 일터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와 하수슬러지, 재활용품 등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 지난 2016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합동감식 결과 소화슬러지 저류조의 배관 교체 작업 중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전주리싸이클링 내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취감한 결과, 폭발이 발생한 소화슬러지 저류조에는 3개의 청호스가 결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호스는 토목과 건설, 광산 현장의 급배수나 양수기, 펌프용으로 사용되는 호스를 의미한다.

이곳은 혐기성소화조에서 소화를 거친 슬러지 등이 저류하는 탱크형 공간이다. 저류조는 지하 1층과 2층 사이 복층에 자리 잡고 있고,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공간이다.

지난해 5월 2일 오후 6시 42분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저류조 현장 사진으로 작업자 5명은 해당 동그라미 부분에서 청호스 배관 작업을 실시했다.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음식물쓰레기 등 해당 공장의 처리 과정은 혐기성소화조에서 소화된 물질 일부가 배관을 타고 소화슬러지 저류조로 넘어간다. 통상 2년에 한 번 이 청호스 배관을 교체한다. A씨 등 5명의 작업자들도 이 배관을 교체하기 위해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날인 지난해 5월 2일 오후 2시쯤 외주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라인 세 곳 중 한 곳만 작업한 채 떠났고 나머지 두 곳에 대한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후 '잔업'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작업자 5명은 '펑'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그날의 사고 장소에 있던 생존자 B씨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며 "교육은 물론 표준화된 지침도 없이 회사의 지시로 그냥 작업에 투입됐다"라고 밝혔다.

다수 보고되는 비정형 작업 사고 …매뉴얼 '시급'

배관 교체는 비정형 작업으로 취급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에 의해 요구되는 안전 조치들과 기술적 지식(매뉴얼)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사고의 경우 당시 음식물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1~2명씩 차출돼 배관 작업에 나섰는데, 이는 운영사 내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배관 교체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리싸이클링타운 공정계통도. 그래픽=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심지어 사고 발생 이후 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중 하나인 S업체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전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시에 요구했고, 이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이후 36일 만에 부분작업중지 명령에 대한 '해제'를 통보했다.

B씨의 변호를 맡은 서상욱 변호사는 "최근 산업현장에서 비정형 작업이 사고 발생률이 높고 위험성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안전 조치에 유념해서 조치해야 하지만 산업 현장과 노동 당국은 비정형 작업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 교육의 중요성 역시 소홀히 여기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는 사고를 유형별(추락·끼임·넘어짐 등), 업종별로만 분류할 뿐 '비정형 작업'에 관한 분류항목 조차 없다.

서상욱 변호사. 전북CBS 유튜브 캡처

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엔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형작업을 원천적으로 하지 않을 수는 노릇이지만, 비정형 작업의 경우 날씨와 인력 구성 등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달라지는 만큼, 객관화된 매뉴얼(위험성 평가 등)을 보급해 교육 및 개선 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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