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여겨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1심과 2심의 재산분할 규모가 각각 665억원, 1조3808억원으로 크게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 심리가 이르면 이달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그 결과는 최 회장 개인을 넘어 SK 그룹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어서 재계 관심이 쏠린다.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인정 여부…비자금 유입 증거력도 관심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전원 회의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관한 재산분할액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해당 소송과 관련해 연내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일반적으로 가사소송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대법원 판결이 쉽게 결정된다. 반면 이번 소송은 지난해 7월 최 회장의 상고 제기 이후 심리가 길어지고 있다. 항소심 판결 결과가 이례적이었고, 풀어야 할 쟁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인정 여부로 꼽힌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특유재산으로 보고,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경에 제공한 자금이 흘러들었고, 주식 형성에 부부의 공동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 대비 20배 많은 재산분할이 결정된 이유다.
비자금 유입 여부도 구체적 심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억'이 적힌 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이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비자금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으며, SK 성장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메모와 약속어음이 비자금 유입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력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가액 실수도 심리 대상…결과 따라 SK그룹 지배구조 흔들릴수도
항소심 재판부의 주식가액 계산 실수도 대법원이 살펴보는 부분 중 하나로 거론된다.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의 모태인 대한텔레콤 주식가액을 1천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인지했고, 최 회장 측은 이로 인해 재산분할액 산정에서 100배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경정(수정)했지만, 대법원은 본 소송과 별도로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이 적합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 결과는 SK그룹의 지배구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이 재산분할액을 큰 폭으로 조정한 파기환송을 선고하지 않거나 원심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해 SK 주식 상당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이다.
파기환송심이 열린다고 해도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두고 리스크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SK 그룹은 소송과 무관하게 일상적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잇따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퓨처테크 포럼, CEO세미나 등 국제 행사 및 그룹 중요 행사를 준비 중이다.
SK그룹 일각에선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 내용을 상당 부분 조정한 파기환송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반면 재계 일각에선 1심과 2심의 상당한 재산분할액 차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