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소송 판결 임박 기류 감지…SK 운명두고 긴장 고조

대법원 연내에 선고 전망…SK지분 성격·비자금 유입 여부 등 핵심쟁점
'1.4조 분할' 2심 확정시 최태원 회장 지분 상당분 매각 불가피…배당 강화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SK그룹의 유동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결정한 2심 결정을 유지할 경우 최 회장과 SK그룹은 대규모 현금 조달을 위한 유동성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의 원천? 父에게 받은 종잣돈 vs 노태우의 비자금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전원 회의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관한 재산분할액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해당 소송과 관련해 연내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의 SK㈜ 지분을 '특유재산(特有財産)'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 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이 취득한 재산을 일컫는다.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상대가 재산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나눌 수가 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특유재산으로 보고,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경에 제공한 자금이 흘러들었고, 주식 형성에 부부의 공동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665억원) 대비 20배 많은(1조3808억원) 재산분할이 결정된 이유다.

SK주식의 뿌리가 된 '대한텔레콤'의 인수 자금이 된 2억8천만원을 두고도 최 회장 측은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종잣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존재 여부도 관심사다. 노 관장은 모친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억'이 적힌 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을 근거로 이 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고 SK 성장 등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K그룹의 성장 원천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재산분할이 최근 판례의 흐름을 따를지도 관심사다. 통상적으로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특유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어 왔다. 전업주부 역시 보살핌과 자녀 양육, 가사노동 등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최근 분위기다.

SK그룹 지배구조 영향 가능성…최태원 지분 매각, 배당 강화 등 거론

연합뉴스

판결 결과는 유동성을 포함한 SK그룹의 지배 구조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최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직후 본격화된 SK그룹의 대대적인 리밸런싱(사업구조재편) 작업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 등에 속도를 냈지만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했고,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서다.

대법원이 재산분할액을 큰 폭으로 조정한 취지로 파기환송을 주문하지 않거나 원심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 매각을 포함한 대규모 현금 조달 압박에 내몰릴 전망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6월 30일 기준 △SK㈜ 17.9%(1297만5472주) △SK디스커버리 0.12%(보통주 2만1816주)·3.22%(우선주 4만2200주) △SK케미칼 3.21%(우선주 6만7971주) △SK텔레콤 0.0%(303주) △SK스퀘어 0.0%(196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 기준은 35% 수준이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측 SK㈜ 지분이 25%대다. 대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최 회장이 SK㈜ 지분을 단기간 내 매각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SK㈜의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법원 판결은 SK그룹 리밸런싱의 '마지막 조각'으로 꼽히는 SK실트론 매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 회사이자 매년 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SK실트론은 SK그룹의 자산 리밸런싱 과정에서 일찌감치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각가에 대한 SK(5조원)와 시장(2조원) 간 의견 차이가 크고, 무엇보다 이번 매각으로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이 된 SK실트론 지분은 최 회장의 보유 지분(29.4%)을 뺀 SK그룹이 직접 보유한 지분(51.0%)과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간접 보유한 지분(19.6%) 등 70.6%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고 SK측의 SK실트론 매각가 산정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이 열린다고 해도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두고 리스크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SK는 자사주(24.8%) 소각을 통해 최 회장의 지분율을 최대 33.9%까지 상승시키며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 상황을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 판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결론에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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