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한국 쓰레기 때문에 고민" 미국 하와이의 '한숨'

하와이 인근 해상서 매년 200톤 내외 해양쓰레기 수거
해양쓰레기 67% 출처는 중국·일본·한국·태국
"대부분 가라앉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플라스틱 소재"
한국 앞 바다서도 해류 타고 온 중국쓰레기 관찰…"모니터링 필요"

2024년 11월 기준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 분포도. 빨간 표시가 하와이 제도, 노란 표시는 해양쓰레기 분포. 색상이 노란색에 가까워질수록 쓰레기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제공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해양 쓰레기의 흐름과 심각성을 알고 하루빨리 하와이와 대화하길 바랍니다."
 
최근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Center for Marine Debris Research·이하 CMDR)에서 만난 제니퍼 린치(Jennifer Lynch) 박사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흘러온 해양쓰레기가 하와이 제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치 박사는 해양쓰레기 문제가 단순히 '우리나라 앞 바다의 오염' 문제가 아닌 이웃국가를 넘어 지구적 문제로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CMDR 설립자이자 공동 책임자다.
 
하와이 현지 어민과 미국 하와이퍼시픽대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연구진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제공

하와이 인근 해상서 매년 200톤 내외 해양쓰레기 수거


미국 하와이는 태평양 쓰레기 섬으로 알려진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North Pacific Garbage Patch·이하 NPGP) 인근에 있다. 이곳 인근 해역에는 다량의 해양쓰레기들이 해수면 위를 떠다니며 하나의 섬을 이루고 있다.
 
이 쓰레기의 출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다. 이곳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은 바람과 해류를 타고 미국 하와이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 북태평양 해역으로 모여든다.
 
린치 박사를 비롯한 CMDR 연구진들은 매년 하와이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수거해 이를 계량화하고 있다. 하와이에서는 매년 적게는 142톤, 많게는 200톤이 넘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유실된 어구다.
 
미국 하와이 어민들과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연구진들이 최근 5년간 수거한 해양쓰레기에 적힌 언어 분포도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제공

해양쓰레기 67% 출처는 중국·일본·한국·태국


CMDR은 최근 5년간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색상과 재질, 표기 언어, 성분 분석 등을 토대로 출처를 파악하고 있다. 여러 기준 가운데 해양쓰레기에 적힌 언어를 기준으로 분류한 쓰레기 원산지를 보면 영어 33%, 동아시아 국가 언어 67%였다. 세분해서 보면 한자어 30%, 일본어 23%, 한국어 11%, 태국어 4%였다. 린치 박사는 한국어가 적힌 쓰레기 유입량이 최근 들어 대폭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CBS노컷뉴스는 최근 미국 CMDR 산하 플라스틱재활용연구소(Plastic Recycling Research Facility)에서 한국어로 적힌 다량의 해양쓰레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망(gillnets)과 연승(Longline) 어구로 추정되는 이 쓰레기들은 한국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포대와 부표 등이 포함돼 있었다.
 
린치 박사는 "하와이 인근 바다에서 수거한 어구 쓰레기들은 부표나 그물 색상, 품질 등에서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며 "해당 어구가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어구에 적힌 언어와 성분, 구글 맵 거리뷰 등을 통해 발생지를 추적한 결과 인천과 부산 등 한국내 주요 항포구에 적치된 어구들과 하와이에서 발견된 어구가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퍼시픽대학교 해양쓰레기 연구센터 산하 플라스틱재활용연구소가 보관·분석 중인 한국 폐어구들. 주영민 기자

"대부분 가라앉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플라스틱 소재"

CMDR 연구진은 이미 수년간 연구를 통해 해당 쓰레기들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근해 저인망 어구라는 강력한 증거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해당 어구들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태평양을 거쳐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에 도달한 뒤 하와이까지 흘러온 것으로 추정한다.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국제태평양연구센터(International Pacific Research Center) 니콜라이 막시멘코(Nikolai Maximenko) 선임 연구원은 "과거 해양쓰레기들은 가벼운 물체는 자연소멸하거나 냉장고 등 무거운 물체는 가라앉지만 최근에는 물에 뜨면서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가 늘었다"며 "최근 해양쓰레기들이 "동아시아에서 해류를 타고 미국 본토와 하와이 제도 인근으로 몰리는 쓰레기가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쓰나미 여파로 일본의 쓰레기 10만여톤이 1년여 뒤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 오레곤, 워싱턴, 브리티시 콜롬비아 등 미국 해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 예측은 그대로 현실화됐다. 일본에서 미국 하와이까지는 약 6천㎞, 미국 본토까지는 8천㎢가량 떨어져 있다.
 
최근 인천 앞바다 섬 지역 해안에서 발견되는 중국쓰레기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굴업도와 울도, 지도에서 발견된 중국쓰레기.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제공

한국 앞 바다서도 해류 타고 온 중국쓰레기 관찰…"모니터링 필요"

이와 비슷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관찰된다. 인하대학교 산하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지난해부터 연평도·대청도·백령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이작도 등 인천 앞바다 섬 지역 주민들을 연구원으로 섭외해 해안 쓰레기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섬의 특정 지역을 정하고 매달 해안 쓰레기 실태를 사진 촬영해 특성을 분석 중이다.
 
현재까지 중국 본토에서 떠내려온 각종 포장재와 어구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발견되는 쓰레기 양도 상당해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중국 현지에서 유통되는 음료수병이나 부표, 포장재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센터는 단순히 우리 해역 인근에 접근한 중국어선들이 버린 쓰레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승범 센터장(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해역으로 흘러오는 중국쓰레기들을 인천 앞 섬들이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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