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20명 전원이 오는 13일 또는 14일에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평화 구상'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된 데 이어 2단계 협상의 합의 과제로 '무장 해제(disarming)'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가자 지역 전쟁을 끝냈고, 더 큰 차원에서는 평화를 만들어냈다"며 "나는 그것이 지속적인 평화, 영원한 평화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아 있던 모든 인질의 석방을 확보했다"며 "그들은 월요일(13일)이나 화요일(14일)에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데려오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며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여러분이 가고 싶지 않을 장소들도 있지만,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인질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은 이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데 우리나라가 한 역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7개의 전쟁을 해결했고, 이번이 여덟 번째"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에서 열릴 합의 서명식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그날은 기쁨의 날이 될 것"이라며 "내가 직접 방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매우 곧 중동으로 떠날 예정이고, 그 일에 참여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이렇게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집트에 가서 합의 사항을 최종적으로 매듭짓고 인질이 석방되는 상황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합의 서명식은 양측 협상이 있었던 이집트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 마련한 '가자 평화 구상' 3단계 중 1단계에 합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돼 2년간 이어진 가자 전쟁이 휴전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이에 따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의 석방 절차가 곧 시작되고 이스라엘군도 단계적 철군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합의 뒤 2단계 합의 내용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 "우리는 무장 해제를 시킬 것"이라며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마스 측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요구하는 무장해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합의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급 오사마 함단은 이날 "팔레스타인인 누구도 무장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팔레스타인인은 무기와 저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놓고는 "견해가 없다. 그들이 합의한 것에 맞춰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가자 협상 타결에서의 노력을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