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건국절 연설…'中' 언급 줄이고 '美'와 더 가까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 연합뉴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은 자제하면서도 중국에 맞서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 총통은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10일 열린 114주년 건국기념일 기념사에서 "우리는 중국이 무력과 강압의 방식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포기하고, 함께 인도·태평양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수위가 대체로 낮아졌다는 평가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건국기념일 기념사에서 "중화민국(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국가 주권을 지키는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등 대만을 주권 국가로 천명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만을 주권국이 아닌 자국의 한 성(省)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라이 총통의 발언에 반발해 기념사 이틀 뒤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대신 국방력 강화를 통해 자국 방어에 힘쓰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 총통은 "내년도 우리의 국방예산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을 것이고, 2030년 전에 GDP의 5%에 도달해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만의 방패'(T-돔) 구축을 가속하고, 대만의 다층 방어·고도 감지·효과적 요격의 엄밀한 방공 체계를 만들어 국민의 생명·재산·안전을 보호하는 방호망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T-돔'은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과 유사한 방공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또 "국방 혁신 기술에 지속 투자하고, 선진국 군수산업과 협력할 것"이라며 "군비 탄력성을 강화하고 국방산업 역량을 높여 우방이 신뢰하는 안전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했지만 중국에 맞서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친미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라이 총통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대미 상호관세 협상을 적극 진행해 합리적 세율을 쟁취하고, 대만-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할 것"이라며 "대만-미국 산업 협력을 심화해 대만 경제 발전이 국제적으로 연계되고 크게 전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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