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듯 약 구매…복약지도 사라진 창고형 약국

광주 창고형 약국 개장 첫주 시민 발길 이어져
복약지도 미흡 지적 속 시민 안전 대책 필요

추석 연휴 기간 광주시 광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쇼핑카트를 끌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고르고 있다. 김한영 기자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마트 진열대처럼 판매하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광주에도 처음 문을 연 가운데 편리함과 안전성 사이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광주시 광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

지난 4일 문을 연 이곳에는 의약품을 직접 고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미리 비치된 쇼핑카트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매대 사이를 오가며 필요한 약을 골랐다.

진열대에는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종합영양제, 염색약, 반려동물용 의약품까지 한곳에 구비돼 있다.

광주시 광산구의 창고형 약국' 내부. 시민들이 의약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김한영 기자

이곳은 기존 약국처럼 약사를 통해 약을 건네받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진열대에서 필요한 약을 고르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민들은 진열대 앞에서 약 성분을 꼼꼼히 살피며 제품을 비교·선택했다.

시민들은 기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했다.

문모(64·여)씨는 이날 무릎관절약을 구입하며 "얼마 전 다른 약국에서는 15만 원이라고 하더라"며 "여기서는 13만 원으로 2만 원이나 더 저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38)씨는 "얼마 전 얼굴의 점을 제거한 뒤 항생제 연고인 후시딘을 7800원에 샀다"며 "이곳에서는 같은 용량이 4500원밖에 하지 않아 이곳에서 살걸 후회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용 의약품 코너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을 안은 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한영 기자

반려동물용 의약품 코너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려견을 위한 심장사상충 예방약부터 샴푸, 클리너 등 각종 위생용품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일부 인기 약품은 개장 직후 곧바로 품절되기도 했다.

창고형 약국의 한 약사는 "연휴 첫날과 둘째 날에 예상보다 손님이 몰리면서 준비한 물량이 금세 소진됐다"며 "이미 추가 발주를 넣었고, 연휴가 끝나야 새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약사들이 곳곳에 배치돼 약 선택을 돕고 복용법을 안내했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복약지도가 다소 제한적인 모습이었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가 진열대 앞에서 시민들의 약 선택을 돕고 있다. 김한영 기자

광주시약사회는 복약지도 미흡과 약물 오남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동균 광주시약사회 회장은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 편의성은 높지만 약사가 직접 복약지도를 충분히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결국 약물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특히 바쁜 시간대에는 약사가 상담 없이 판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복약지도 의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행정당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약사회는 시·구청과 협의해 조례 제정이나 행정적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상위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관리·감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광산구청과 시청이 창고형 약국의 운영 실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약은 복용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인 만큼 무분별한 구매보다 전문가 상담을 거친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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