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비 산재사망률 가장 높은 전북…원인은?[영상]

[더 매뉴얼:전북 산업재해 톺아보기⑤]
1년 평균 3800여건 발생, 40명 사망…인구 대비 사고·사망 비율 가장 높아
떨어짐·넘어짐 등 전근대적 산업재해 유형 발생 비율 전국 최고 수준
전문가들 "건설업·제조업에 의존하고 영세 사업장 많은 산업 구조 탓"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막을 수 있어" 전문가들 "관리감독 강화·사각지대 해소 필요"

▶ 글 싣는 순서
①텔레핸들러에 끼인 심장…폐쇄회로서 전해진 위험 요인
②사전 교육도 없이 투입…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③찰나의 순간 숨통 조이는 '밀폐 공간'…2명 중 1명은 질식사
④산업 재해 더 매뉴얼 "비정형 작업 매뉴얼 구축과 준수"
⑤인구 대비 산재사망률 가장 높은 전북…원인은?
(끝)

3일 현대차 전주 공장서 발생한 추락사고 현장. 전북소방본부 제공

추석 연휴의 첫날이던 지난 3일 오후 9시 28분쯤 전북 완주의 현대차 공장에서 바닥 철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50대)씨가 작업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에 빠져 사망했다. 지난달 남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다른 노동자 B(50대)씨가 추락해 숨진 지 채 열흘이 안 된 시점이었다.
 
CBS노컷뉴스는 안호영, 이용우 의원실을 통해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 유형별 현황 등을 분석했다.  이 기간 전북에서 총 1만 979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이 중에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1년 평균 3800여 건 발생하고 매년 40명 사망…인구 대비 가장 높아

전북 지역 재해 유형별 산업재해 현황(군산지청). 윤보경 인턴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북에선 매년 평균 3800여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이 중 평균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국가산업단지가 있어 제조업 공장들이 밀집한 전북 군산에서 사망 노동자의 23.40%인 44명이 사망해 가장 많았고, 건설업 분야에서 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전체 사망자의 46.8%를 차지했다.
 
사고 유형의 비중이 지역별 산업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관할 지역에선 화학 물질 유출 등 화학 사고 발생 빈도가 전북에서 제일 높은데 군산 국가산단 등에 화확 관련 업종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제지 공장이 다수 입주해 있는 전주를 포함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할 지역에선 이상 온도 접촉으로 인한 사고와 폭발 사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례로 지난 4월 17일 오전 7시 38분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J제지 공장에서 300도 이상의 뜨거운 슬러지(종이를 만들고 남은 재) 쏟아져 노동자 3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J제지공장에서 발생한 슬러지 분출 사고 현장. 전북소방본부 제공

발생 사고 건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에서도 전북은 인구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업무상사고사망만인율에 있어 전북은 2020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매년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 지난 2024년엔 업무상사고사망만인율이 0.66%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떨어짐·넘어짐 등 전근대적 산업 재해 비율 전국 수준으로 높은 전북

지난 8월 19일 발생한 전북 덕진구 주택 신축 공사장 추락 사고 현장.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전북소방본부 제공

떨어짐이나 넘어짐 등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평균과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도 전북 지역 산업재해의 특징이다.
 
2024년 기준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중 '떨어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사고 대비 10.3%퍼센트인 것에 비해 전북에서 발생한 '떨어짐' 사고는 18.8%에 달했다. '넘어짐' 사고의 비율도 전국 평균인 23.97%에 육박하는 23.33%를 기록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북 지역의 산업재해를 두고 "건설업과 제조업 비중이 높고 영세사업장의 비율이 높은 곳에서 발생하는 전근대적 산업재해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안전 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진 첨단 산업의 비중보다는 건설업과 제조업 등 전근대적인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건설업과 제조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경향이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시 근로자가 50명이 안되는 영세 사업장이 많은 전북은 노동 당국의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속하는 사업장이 많을텐데, 이 사업장의 대부분이 건설업과 제조업을 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떨어짐과 넘어짐 등의 산재 발생 비율이 높다"라고 말했다.
 

 '안전수칙 지키면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 "관리·감독 강화해 사각지대 없애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현주 크리에이터

매년 4천건에 달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40여명이 사망하는 전북이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수칙만 충실히 따르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전북의 산재는 마땅히 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하는 것 만으로 예방 가능하다"라며 "작업에 따른 안전 조치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희 교수는 "전북은 영세 사업장이 많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속하는 사업장이 많을 것이다"라며 "패트롤 감독 등을 통해 위험 요인이 있는 사업장을 수시·불시로 감시해 산업안전 감독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산업재해 관리 체계에 포함되는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 당국의 감독 외에도 지자체가 특별사법경찰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조례 등을 제정해 산업안전 근로감독과 행정적인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 걸고 산재 줄이라"는 이 대통령…단기적으론 재해율 높아져야 긍정적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재 노동자' 출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재해가 안 줄어들면 직을 걸라"고 말했다.

살펴본 것처럼 전북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안전수칙 준수를 통한 예방 노력과 동시에 노동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행정적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단기적인 '재해율 상승'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성희 교수는 "재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산재인정률이 높아지는 등 산업재해의 관리체계에 포함되는 범위가 넓어짐을 의미하기에 단기적으로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전북의 경우 일단 재해율이 높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순 숫자를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두면 실효적인 산재 예방에 실패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50인미만 영세사업장 산업재해 예방 조례'등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제도 마련과 '산재 발생 사업장 불시 점검 확대' 등 노동 당국의 치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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