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착공이 지연된 책임을 두고 시민사회가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부산·울산·경남 9개 시민단체는 현대건설의 계약 불이행을 '명백한 국가계약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를 감싼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위법한 면죄부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감사원 공개감사와 국회 국정감사 공개질의를 요구하며 "가덕신공항의 신속한 착공이 국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시추조사 '0회'…"명백한 계약 불이행"
1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과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 등 시민단체는 "현대건설은 주관사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시추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의무 불이행이자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단체들은 현대건설이 이미 84개월의 공사기간을 전제로 수의계약 절차를 밟고 입찰조건 동의서와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적으로 계약 의무가 일부 발생한 상태에서 사업성 문제를 이유로 철회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 포기"라는 것이다.
"기재부 해석은 현대건설 면죄부"…법률가도 "위법·부당"
시민단체는 기획재정부가 "정식계약이 아니므로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두고 "법률상 근거가 전혀 없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다.기본설계 제출과 입찰조건 동의만으로도 계약의무가 성립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최용기 변호사(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 법률자문단장)는 자문서에서 "국가계약법은 계약을 불이행한 자뿐 아니라 계약 체결을 하지 않은 자도 부정당업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공공복리 확보라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계약 미체결 그 자체도 제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받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며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감사원 나서라"…시민단체 4대 요구안 발표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건설의 부정당업자 지정 △가덕신공항 계약 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공개감사 △국회 기획재정위·국토위의 공개질의 및 책임 추궁 △국책사업 수의계약 시 '계약이행 검증제도'와 '불이행 시 자동 제재제도' 신설 등을 요구했다.이들은 "기재부의 논리가 인정된다면 앞으로 모든 수의계약 기업이 '정식계약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국가계약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정참사"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가덕신공항을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상징"으로 규정했다.이들은 "정부가 기업의 불성실한 행태를 방치하고 법을 왜곡한다면, 국민과 법의 이름으로 단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건설로 인해 착공이 지연된 사태를 끝까지 추적·감시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가덕신공항이 더 이상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감시자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