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싼 '대선 개입' 의혹을 직접 반박했다. 그는 "대법관 다수의견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였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천 처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판결문을 두 번 세 번 보시면 어떻게 그와 같은 경과로 전합(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뤄졌고 어떤 디베이트(토론)가 이뤄졌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며 파기환송 과정을 설명했다.
천 처장은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천 처장은 "(판결문 속) 소수의견에서조차 이 사건은 전합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부의 심리 권한 침해 부분은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며 "즉 절차적으로 전합에서 심리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위법도 없다는 것을 소수의견도 밝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선고하게 된 경위도 설명했다. 선고 시기를 두고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했다고 설명한 천 처장은 "소수의견 2명은 '선고에 이르기까지 숙성이 덜 된 상태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상세하게 그와 같이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담고, 분명히 존중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판결문을 보면 반대로 다수의견 대법관 10명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고, 우리 헌법과 법률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며 "특히 이 사건은 공소 제기로부터 1심에서 2년 2개월이나 지체됐고, 2심에서도 4개월이 지나 판결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이례적 속도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대법관들은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빠른 절차 진행에 비판적 입장을 냈다.
천 처장은 이날 "'주요 쟁점은 복잡하지도 않고 법리적인 평가 부분이 주된 쟁점이어서 대법관들이 빠른 시기에 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 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 쟁점 파악에 착수해 모든 서면이 접수되는 대로 바로 검토를 한 다음에 두 차례 전합 기일을 열어 선고를 잡았다'라고 한다"며 "소수의견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다수 대법관이 반박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한 것이 맞느냐'는 취지로 묻자, 천 처장은 거듭 "기록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바로 치밀하게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보충의견에 나와 있다"며 "3월 28일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는 전합 판결문의 다수 보충 의견을 따르면 그때부터 (전합 기일인) 4월 22일까지 25일 정도 기간 여유가 있다. 그 기간 대법관님들께서 꼼꼼히 기록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부에 배당된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전합에 회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 사건은 기본적으로 전합 사건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천 처장은 "판사는 판결을 피할 수가 없는데 그 판결 하나의 결과에 대해 절차적이나 실체적인 부분에 대해 국회에 나와서 조사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많은 법관이 법관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좀 회의를 느끼지 않을까 한다"며 "그 부분이 우리 사법에 큰 지장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여당은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판결을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조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된다"며 증인으로 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국감 상황을 지켜보다 국감이 중지돼 오전 11시 40분쯤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