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를 포기한 현대건설을 둘러싸고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책임 공방이 뜨겁게 일었다. 부산의 핵심 국책사업이 5개월째 표류 중인 가운데, 국회는 "현대건설의 일방적 철수로 사업 신뢰가 흔들렸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가 제때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어 "시추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민단체까지 "국가계약법 위반"을 주장하며 정부와 기업 모두를 겨냥했다.
"국책사업 신뢰 훼손" 질타 이어 "정부 면죄부 행정" 논란 확산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현대건설의 가덕신공항 공사 포기 사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부산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도읍 의원(국민의힘)은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를 상대로 "국책사업을 볼모로 한 일방적 철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현대건설은 1·2차 입찰 조건이 공사 기간 72개월, 3·4차가 84개월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참여했다"며 "그럼에도 수의계약 대상자로 지정된 뒤 갑자기 108개월로 늘려달라 요구하고 불참을 선언했다.
공기(工期) 문제를 핑계로 사업을 포기한 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시추조사 한 번도 안 해"…김도읍 "계약 의무 불이행"
김 의원은 특히 현대건설이 기본설계 6개월 동안 활주로 부지의 지반 시추조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명백한 계약 의무 불이행이자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그는 "국토부는 현대건설의 불참 이후 사업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전무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부산 현안을 방치하는 사이 국책사업의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가덕신공항 착공은 이미 최소 1년 이상 지연된 상황이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대건설 "안전 위한 공기 연장"…"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한우 현대건설 사장은 "108개월은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공기였다"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포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공기를 현실적으로 검토했다면 포기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위 의원들은 "정부의 기본계획을 검토한 후 스스로 응찰한 기업이 뒤늦게 철수한 것은 변명"이라며 "국책사업의 신뢰를 훼손한 만큼 명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市民단체 "명백한 계약 불이행…기재부는 면죄부 행정"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도 같은 날 시민사회의 비판이 이어졌다.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과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 등 9개 단체는 "현대건설은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시추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의무 불이행이며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 "기획재정부가 '정식계약이 아니므로 제재가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은 법률상 근거가 전혀 없는 자의적 해석"이라며 "정부가 불이행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행정참사"라고 비판했다.
법률자문단의 최용기 변호사는 "국가계약법은 계약 불이행뿐 아니라 계약 체결을 회피한 자도 부정당업자로 제재할 수 있다"며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감사원 감사 가능성도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의 계약 불이행 여부와 관련해 법제처에 국가계약법 해석을 공식 의뢰한 상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문가와 관계 부처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국회에서는 "현대건설 철수 경위뿐 아니라 국토부의 의사결정 과정도 규명해야 한다"며 감사원 감사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현대건설의 철회 이후 5개월째 가덕신공항 사업은 표류 중이다.
재입찰이나 복귀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전체 일정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