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법원 판사 스폰의혹 진정 '기각'…"법원, 자정능력 잃어"

대법원, 회식비 스폰 요구 의혹 등 진정 4건 "문제 없다" 결론
진정 넣은 변호사 "스폰 요구·피고인에 막말 괜찮다는 건가" 반발

대법원 제공

근무시간 음주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변호사 회식비 스폰(후원) 요구와 부적절한 재판 진행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진정을 제기한 변호사측은 "관련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법원이 자정 능력을 잃었다"고 대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최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고부건 변호사 등이 진정을 제기한 제주지법 A 부장판사의 변호사 스폰 요구와 억압적인 재판 진행 등 4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는 비위사실이나 위반사항이 아니어서 A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먼저 A 부장판사가 변호사에게 회식비 후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구체적인 비위사실이나 위반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법정에서 A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한숨도 쉬지 말라"고 발언하는 등 재판 중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그 외 청원 내용은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관한 사항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므로 담당 법관 외 누구도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며 "재판 내용이나 진행에 관해 이의가 있으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불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지법 부장판사 진정에 대한 대법원의 회신. 독자 제공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고부건 변호사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 변호사는 "스폰 요구 관련 증거를 제출했는데 증거가 허위라는 건지 아니면 이정도 스폰은 요구해도 괜찮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법원이 자정 능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과 방청석을 향해 막말하고 겁박해도 괜찮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전국 법관들도 '한숨도 쉬지 말라', '피고인 변호인도 구속하겠다'는 말을 해도 된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 6월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와 고부건 변호사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지법 A 부장판사의 비위행위 의혹을 제기한 뒤 대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지난해 6월 10일 제주지법·검찰·변호사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 A 부장판사가 변호사에게 재판부 회식비 후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또 형사사건 재판 과정에서 항의하려는 피고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 "한숨도 쉬지 말라"고 폭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가사재판을 진행하며 남편으로부터 수십 년간 폭행당한 할머니에게 "그래서, 어떻게 입증할 건데"라고 고압적으로 말해 쓰러지게 했다는 의혹 등이다.

한편 A 부장판사는 CBS 노컷뉴스가 단독보도한 근무시간 음주소동에 연루된 부장판사 중 1명이다. 또 공안탄압저지 제주대책위 활동가 2명을 상대로 배석판사와의 합의 절차 없이 첫 공판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등 불법재판 혐의로 고발돼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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