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미중 무역 갈등까지 재점화되는 가운데 국제 금(金)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워 4200달러선까지 육박했다.
은(銀) 가격도 1980년 미국의 '은파동' 사태 때 고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오후 기준 4190.90달러까지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서도 뉴욕 상품거래소(COMEX) 12월 인도분 금 선물 계약은 4190달러선을 터치했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57%에 달한다.
역사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 가격은 위험 선호인 증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최근에는 유동성 및 인플레이션 수혜와 채권의 역할이 흔들린 영향 등으로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이자도 없는 금이 올해 모든 자산 중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라며 "아이러니한 점은 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자 안전자산으로 역할도 수행하는 데, 작년부터 올해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가와 함께 올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53달러를 나타내 연초보다 72% 상승했다.
이는 은파동 때였던 1980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1970년대 후반 미국 텍사스주 석유 재벌인 헌트 형제는 온스당 2~3달러에 불과했던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대량 매집해 사실상 독점하면서 은 가격은 50달러까지 뛰었었다. 이후 은 가격은 당국의 개입으로 몇 달 만에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은 가격은 온스당 53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한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런던 시장에서 역사적인 숏 스퀴즈가 발생한 것이 은값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숏 스퀴즈란 은을 반대 매매로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급등하는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매물을 급히 사들여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런던의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적인 은 매수세가 촉발되었고, 뉴욕 증시에서는 벤치마크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