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제주4·3추가진상조사 사전심의가 재개된 가운데 절차적 하자 문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사를 맡은 4·3평화재단이 사전심의 기구인 분과위원회에 약속한 조사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또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회의록에서다.
'지난해 12월까지 보고서 안 완성'
14일 취재진이 입수한 2023년 12월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원회 추가진상조사 제6차 분과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조사기간을 기존 3년에서 3년 6개월로 추가 연장하면서 향후 조사결과 보고를 언제 하는지와 조사 보고서 안을 언제까지 작성하기로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4·3특별법 시행령상 법정기구인 4·3분과위에서 △추가진상조사 계획의 수립에 관한 안건 △추가진상조사 결과에 관한 안건 △추가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작성·발간에 관한 안건 등을 사전심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4·3추가진상조사의 공신력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의록에서 고관용 위원장은 '2023년도 말까지 조사된 부분에서의 1차 결과 보고를 위원님들한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부분들 찾아야 한다' '2024년 12월 말까지는 원칙적으로 (보고서 안이) 다 완성이 된 다음 그걸 공유해서 여기서(분과위) 보완작업을 해야 될 것'이라고 결정한다.
이어 '여러 가지 수정의견이라든가 이런 걸 개진함으로써 아마도 전체적인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까지 같이 곁들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분과위에서 결정한 조사계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재작년 말까지 조사된 부분에 대한 1차 결과 보고도 없었고, 보고서 안은 올해 6월 30일 조사기한 마지막 날이 돼서야 정부에 제출됐다. 특히 당초 계획과 달리 조사기한이 끝난 뒤에야 보고서 안이 분과위원에게 전달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 4·3중앙위원은 "자꾸 4·3평화재단이나 정부 측에서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분과위원회의에서 결정한 조사 일정을 지키지 않은 게 절차 위반이 아닌가. 분과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지키지 않는데 분과위 회의는 왜 여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약속 못 지킨 것이지, 절차 위법 아니다"
이날 4·3평화기념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9차 4·3추가진상조사 분과위에서 절차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위원이 문제 제기하자 한때 회의장 밖까지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제주4·3사건처리과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일부 분과위원이 계속해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데, 조사를 맡은 4·3평화재단 측에서 추가진상조사 분과위원들에게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한 것뿐이지 절차적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과위원 회의에서는 지난달 제8차 회의 때 재단 측이 6개 분야 조사결과 보고를 안건별로 간략하게 한 터라 추가적으로 조사 결과 내용에 대한 보고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현 추가진상조사 분과위 재적 위원 4명 모두 오는 25일 2년 임기가 끝나 행정안전부는 위원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21일 현 위원으로 꾸려진 분과위원회가 한 차례 더 열린 뒤 새 위원들이 참여한 분과위원회가 앞으로 4·3추가진상조사 사전심의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4·3추가진상조사는 2021년 3월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졌다. 2003년 확정된 정부 4·3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과 새롭게 발굴된 자료로 재조사가 필요해서다. 조사 대상은 △4·3 당시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등 모두 6개 분야다.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이 결정되면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고, 국회 보고까지 이뤄지면 정부 보고서로 확정된다. 2003년 이후 두 번째 정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이다. 28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전심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