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와중 건물사진·SOS영상 보내라니…신고절차 바뀔까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 총력대응에 나선 가운데, 납치된 피해자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야만 경찰이 출동하는 현지 방침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당국은 캄보디아 측과 협의해 신고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납치당해도 건물사진·여권사본·구조요청 영상 '직접' 보내야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 경찰은 취업사기·감금 피해 신고시 피해자 본인이 직접 △신고자의 현재 위치, △건물 사진(명칭, 동·호수), △여권사본, △얼굴 사진, △본인 구조요청 영상 등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하라고 요구한다.
 
외교부도 이에 따라 현지 대사관을 통해 해당 신고절차를 안내하며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은 공지사항을 통해 "대사관(분관)은 당지에서 사법권한이 없는바 직접 현장에 출동해 범죄수사, 범인체포, 직접적인 구출 활동은 불가하며 영사 조력으로써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신고 접수 이후 신속한 처리를 경찰에 요청하고 있음"이라고 안내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납치·감금된 상황에서 여권사진과 구조요청 영상까지 갖춰 신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신고자에게 해당 절차 안내에 그치는 외교부의 대응도 안이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캄보디아에서 납치된 피해자들을 도왔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당국의 실종 신고 접수 요건은 납치·감금 피해자가 이행하기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걸 요구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납치된 정확한 위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구체적인 구출을 모색하기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3자 신고에 출동했는데 '문제없다' 허탕에 캄보디아 '난색'

외교부는 이달초 영사협의회를 비롯해 다양한 계기로 캄보디아 측과 신원과 위치정보만으로도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신고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캄보디아 측은 '직접 신고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가 신고해 출동을 해보니 정작 당사자들이 감금 사실을 부인하고 스캠센터 잔류를 희망하는 등의 사례가 지속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캄보디아의 한 사기 작업장 건물.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캄보디아 측 설명은 제3자가 신고해서 현장을 급습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 해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며 "캄보디아 경찰 입장에서는 직접 신고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 합동대응팀이 절차 간소화를 위한 후속 협의에 나설 수도 있다. 정부는 15일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한다.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협조를 견인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유관 부처·기관과 협의해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주재관 증원을 비롯한 인력 보강 등 대사관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