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베테랑이 투혼을 발휘했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팀의 가을 야구가 끝나는 순간을 바라봐야 했다.
SSG 좌완 김광현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선발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김광현은 5이닝 5탈삼진 1피안타 3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해 김광현은 10승을 거뒀지만 10패를 안았고 평균자책점(ERA)이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5점대(5.00)를 찍었다. 통산 ERA 3.43과 가장 높았던 지난 시즌 4.93을 넘은 최악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광현은 올해 가장 빠른 구속 150km를 찍으며 1회부터 기백을 보였다. 1사에서 김성윤을 상대로 150km를 기록한 김광현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구자욱도 시속 144km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2회 2사에서 김헌곤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 4회 대기록을 세웠다. 첫 타자 이재현을 시속 137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광현은 2사에서 류지혁을 118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날 5번째 탈삼진. 김광현은 PS 통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세웠다. 예전 해태(현 KIA) 왕조를 이끈 선동열 전 감독과 같은 103개째였다. 이날 자신의 역대 포스트 시즌(PS) 최다 선발 등판 기록도 20경기로 늘렸다. 2위는 정민태 현 삼성 코치다.
하지만 김광현은 3회말 유일한 실점이 아쉬웠다. 김광현은 1사에서 강민호, 전병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1, 2루 위기에 몰렸다. 김지찬이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절묘하게 밀어 유격수 키를 넘는 적시타를 만들어 강민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5회말을 삼자 범퇴로 막으며 임무를 완수했다. SSG는 6회부터 팀의 자랑인 불펜을 가동했다.
SSG는 그러나 김광현이 물러난 6회말 추가 실점했다. 홀드 1위(35개) 노경은이 르윈 디아즈에게 적시타를 맞은 것. 김광현은 벤치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응원했다.
팀 전설의 염원이 통했을까. SSG는 8회초 박성한의 2타점 2루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송구 실책으로 무사 3루 기회가 이어져 역전을 바라볼 만했다.
하지만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한유섬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고명준이 외야 뜬공에 그치며 천금의 역전 찬스가 무산됐다.
기회 뒤 위기라고 했던가. SSG는 8회말 이로운이 디아즈에게 통한의 결승 2점 홈런, 이재현에게 쐐기 1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가을 야구를 아쉽게 마무리하면서 대기록을 세운 김광현도 웃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