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내란특검에 자진 출석했다. 지난 7월 내란특검에 의해 재구속된 후 모든 조사에 불응해온 지 석 달 만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도착한 후 오전 10시 14분부터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내란특검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특검은 금일 8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교도관이 집행 전에 7시 30분경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먼저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임의 출석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검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특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조사를 위해 두 차례 소환조사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9월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0월 1일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다음 날인 2일 특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 영장 집행을 지휘했다.
지난 1일 발부된 체포영장이 보름이 지난 이날 집행된 것에 대해 박 특검보는 "재판 일정에 따른 변호인들의 사정과 구치소 집행 인력 등 상황을 고려해 오늘 집행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시한이 오는 17일까지 남아있는 만큼, 조사가 완료되기 전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거부하는 등 충돌이 발생할 경우 영장을 다시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구속취소 후 불구속 상태에선 내란특검의 소환조사에 응했던 윤 전 대통령은 7월 재구속 이후엔 조사에 일절 불응해왔다. 지난달 두 차례 내란특검의 소환조사에도 응하지 않다가 돌연 이날 소환조사에 응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민중기 특검(김건희 특검) 측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변호인들에게 자주 언급해온 것에 비춰보아 구치소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공무원들이 직접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자진해 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위법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검 측의 소환통보에 대해 변호인과 출석 일정을 협의하라고 요청했지만 일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또 영장 청구 사유로 제시된 외환 관련 조사도 앞서 두 차례 출석에서 충분히 조사돼 더 이상 진술하거나 제출할 내용이 없는데도 사실상 압박 수단으로 불필요한 중복수사를 벌인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오전 7시 30분경 피의자가 세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도관들이 기습적으로 영장을 집행하려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교도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면도 하지 못하고 옷만 챙겨 입고 자진해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처럼 이례적인 시각에 영장을 집행하려 한 것은, 새벽에 있었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장 기각 결정 직후 이루어진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에서는 박향철 부장검사와 문호섭 검사가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등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군사이익을 해치는 작전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했는지 일반이적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자진해서 출두한 윤 전 대통령은 사복을 입고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고검에 나왔다. 정식 선임계는 제출되지 않았지만 김홍일·배보윤 변호사가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