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범죄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신상 유출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는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낙인을 남긴다. 서울시는 이런 피해자들의 명예를 지키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무료 법률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16일부터 '스토킹·성범죄 피해자 명예훼손 법률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 이는 스토킹,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 폭력 피해자 중 허위사실 유포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돕는 제도다.
A씨(30대 여성)는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스토킹을 당한 뒤, 그의 보복으로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유포됐다. 가해자는 A씨를 사칭해 SNS에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고, 이후 낯선 남성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회사에도 소문이 퍼져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범죄 피해 이후 이어지는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유출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또 다른 폭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무료 법률지원은 범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런 2차 피해에 대한 법적 지원은 충분치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여성 변호사 30명으로 구성된 '스토킹·성범죄 명예훼손 대응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이들은 (사)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으로, 증거 채증과 고소장 작성, 진술 동행, 재판 변론 등 법적 절차 전반을 피해자에게 무료로 지원한다.
피해자는 서울의 55개 성폭력·스토킹 피해 지원기관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명예훼손 글의 삭제 방법, 개명·주민등록번호 변경 지원 등 실질적인 조력도 제공받는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률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