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도 못말리는 가을장마, 부산은 아직도 '늦여름'

가을비. 류영주 기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절기 '상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에는 늦여름을 연상케 할 만큼 비가 잦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0월에도 이례적인 강수 패턴이 지속되면서 '가을 장마'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가을 장마'탓에 부산지역 비대면 실내 관광이 각광받고 있다. 유통가도 달라진 가을 풍경에 대비해 여름 장마철에나 볼법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들쭉날쭉한 농산물 물량을 먼저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부산은 10월 중순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비가 오락가락하며 마치 여름 장마철이 끝나지 않은 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가을에도 기압골이 자주 남부 지역을 지나고, 남서쪽에서 습한 기류가 유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실제 부산지역에는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강수량은 84.9mm로 평년 같은기간인 44.8mm와 비교해 89.5% 늘었다. 지난해 10월 전체 강수량도 208.8mm, 평년치 79.6mm을 훌쩍 뛰어 넘었다.

장마는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정체전선 영향이나 국지성 집중호우가 가을에도 반복되며 사실상 '가을 장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한 매장에서 직원이 레인부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가을철 나들이객들이 몰리는 부산 주요 관광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비가 자주 내리자 실내 공간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며, 실내 관광지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새롭게 개관한  부산콘서트홀과 영도구의 명물로 자리잡은 아르떼뮤지엄 등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아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부산영화체험박물관과 국립해양박물관, 부산 실내 빙상장도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다.

아직까지 수온도 크게 떨어지지 않아 송정해수욕장 등지에는 '우중 서핑'을 즐기려는 서퍼들로 여름철 못지않은 활기를 띄고 있다. SNS에는 해무가 낀 바닷가 풍경, 습윤한 갈맷길, 등 비오는 가을 감성 관광 풍경을 올리는 사진도 인기몰이다.

유통업계는 이례적인 10월 장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계절적 상징이던 트렌치코트나 간절기 아우터 대신, 방수·발수 기능성 의류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관계자는 "올해는 10월에도 비가 내리는 일수가 많아 레인부츠, 우산 및 발수 기능을 겸한 패션 제품 등을 찾는 수요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으며 관련 제품 전시 판매도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산물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늦은 가을 시작과 잦은 비로 인한 병해·과습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농산물 수급 불안정에 선제 대응하려는 유통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부산 주요 대형 유통점들은 사전 물량 확보에 나섰으며, 비상 유통망 가동과 할인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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