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불법 감금ㆍ고문 사건이 국제적 문제로 커지자 피해자 모집 창구로 지목된 온라인 카페 '하데스 카페'가 관련 게시글의 전면 삭제를 선언했다. 하지만 범죄 조직원들이 다른 다른 불법 구인 사이트로 대거 이동하면서 불법 구인 광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 '하데스'는 "비즈니스 및 마케팅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표방했으나 실상은 각종 불법 매입과 구인의 온상이었다. 카페의 첫 화면에는 "개인·법인 통장 삽니다", "코인으로 돈 세탁해드립니다", "대포폰 판매합니다" 등 불법 매입 글이 줄지어 있고, "베트남·중국에서 근무할 TM(텔레마케팅) 직원 모집" 등의 구인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해외TM 구인 게시글들은 상식 밖의 조건을 내걸며 청년들을 유혹했다. '성별 무관 20~40세', '경력 무관', '최소 주급 300만원 이상', '항공권·숙소 제공' 등 솔깃한 문구로 꾸며진 이 글들은 실제 캄보디아 감금 피해자들이 증언한 모집 공고와 대부분 일치했다.
캄보디아 사망 사건으로 인해 정부와 언론의 주목이 쏠리자 지난 15일 '하데스 카페'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최근 불법 해외 아르바이트 모집 글이 문제 됐다"며 관련 게시글의 전면 삭제 및 차단을 선언했다. 운영자는 "본래 합법적이고 건전한 구인·구직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립됐으나 최근 언론 보도로 우리 카페가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 관련 불법 활동의 온상으로 지목됐다"며 "캄보디아·베트남 등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모든 구인 글과 유혹성 글을 전면 차단하고 삭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운영진은 해외 구인 게시글과 '고수익 해외 아르바이트' 관련 배너 광고를 대거 삭제했지만, 곧이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하데스 말고 비슷한 비즈니스 커뮤니티 사이트는 어디 없나요?"라는 대체 사이트 문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데스'가 자체적인 제재를 실시했지만 불법 해외 구인 사이트는 여전히 넘쳐난다. 검색창에 단순히 '불법 구인 사이트'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5곳 이상이 확인됐다. 이들 사이트에는 16일 아침까지도 "캄보디아에서 감금ㆍ폭행 없는 가장 탄탄한 회사"라며 "월 수입 1500~3천만원 가능", "숙식 제공 및 항공권, 비자 지원" 등의 문구가 버젓이 게시돼 있다.
심지어 범죄 단지로 국내에서 논란이 된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 지역 소재 업체가 "번화가 근처 안전한 근무지"라고 홍보되는 등 피해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 밖에도 '불법 토토 사이트 대여', '대포 통장 거래' 등 각종 범죄성 글도 여전히 다수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불법 광고를 이어가는 사이트들의 성행에도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하데스 카페'에 올라온 '포털사이트 아이디 판매' 등 일부 글에만 접속차단 조치를 내렸을 뿐이다. 지난 1년간 해당 카페에는 1만 8천여 건의 글이 게재됐지만, 실제 제재 대상이 된 건 100~200건 수준에 그쳤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범죄를 직접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가 목적인 사이트의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다. 사이트 자체의 주된 목적이 이런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이라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방미심위 관계자는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이트 전체가 불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