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와 손잡아 놓고"…'韓여성 등장' 캄보디아 홍보영상 현지서도 '냉랭'

한국인 "캄보디아에 산 지 13년 따뜻하고 평화로운 나라" 역설
"국민 단합 한국인과 닮아"…캄보디아 군인·국민 위한 기부 독려
현지 네티즌 "GDP 30~40%가 범죄에서 나오는 따뜻한 나라?"
일부 네티즌들 "캄보디아 전체를 나쁘게 일반화하지 말아 달라"

캄보디아 내무부가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영상을 게시했다. 캄보디아 내무부 페이스북 캡쳐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국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 내무부가 한국인 여성을 앞세운 홍보 영상에 대해 국내는 물론 캄보디아 현지 여론도 냉랭하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캄보디아 내무부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현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국인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캄보디아에 산 지 13년이 되었고, 최근 뉴스에서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들리지만 제가 살아가는 캄보디아는 여전히 따뜻하고 평화롭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인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잘 웃어주고 작은 일에도 서로 도와준다"며 "카페에서도 현지 직원들과 함께 웃으며 일하고 꿈을 만들어 가고 있어 참 행복하고, 이곳이 제 2의 고향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인 지난 15일에도 또 다른 한국인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현지에 거주한다는 그녀는 "캄보디아를 사랑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단합하고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의 정서와 닮았다고 느낀다"며 캄보디아 군인 및 분쟁 피해 국민들을 위한 현지 헌혈 캠페인과 기부 활동을 안내했다.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생수, 생필품 등 기부 물품을 프놈펜 뚜올꼭 시장으로 가져와 주시면 된다"며 영상 말미에는 캄보디아 국기와 함께 모금용 QR코드가 등장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캄보디아어 문구가 적혔다.

이에 대해 현지 네티즌들은 하트 등을 클릭하며 공감을 표했지만, 자국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하는 댓글도 적지않게 달고 있다.

캄보디아어인 '크메르어'로 적힌 댓글 중 한 네티즌은 "국가 GDP의 30~40%가 범죄 자금에서 나오는 나라를 '따뜻한 나라'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하며 "정부는 부패한 관리들 및 범죄자들과 손잡지 말고, 강력한 법 집행으로 나라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상이 보여주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해명과 해결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영상처럼 해명만 하고 정부가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현지 경찰의 부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같은 범죄가 반복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정부가 경찰을 강력하게 지도하고 경찰력을 집중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국가가 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캄보디아의 심각한 범죄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자국에 대한 혐오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에도 범죄는 존재한다. 정부가 대응을 강화해야하지만 한 나라와 전체 국민을 나쁘게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한 네티즌은 "세계는 80명의 한국인이 실종된 사건에만 관심을 보이고, 캄보디아에서 평화롭게 잘 살아가는 한국인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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