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만 있으시면, 주 500 이상 월 2천 이상 무조건 가능합니다!"
16일 한 포털 사이트에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의 키워드를 조합해 검색하자마자 가장 먼저 나온 게시글이다. 근무지는 해외, 숙소는 1인 1실 풀옵션 아파트이며 복지로 항공편과 휴가비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급여는 주 평균 400~800만 원, 월 평균으로는 2천만 원 이상에다 인센티브는 별도다.
최근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납치·감금 등 범죄가 급증하게 된 요인에 이같은 '가짜 구직광고'가 있다. 외관은 '고수익 일자리'지만 대부분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보이스피싱 등 스캠 활동에 동원되며, 이 과정에서 납치·감금 심지어 고문까지도 이뤄진다.
"부모님 걸고 안전"…여전한 '캄보디아 고수익 알바' 광고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자 중국의 한 한인회 사이트에 게시된 구인 글이 나왔다. 해당 글은 이날 오전 올라왔는데,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TM(텔레마케팅) 업무를 하고 월평균 1천~3천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합동 대응팀을 꾸리는 등 본격적 대응에 나선 지금도 고수익 일자리로 청년들을 유인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점을 반영한 내용이 추가됐다.
해당 글은 '감금, 폭행 절대 없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안전한 회사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해 '부모님 걸고 모든 걸 걸고 안전해요'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비슷한 내용의 구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퇴근 후 100% 자유, 항공권·비자·숙식 모두 지원 그리고 여권은 가져가지 않는다며 합법적인 일자리처럼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허위 사실이며, 실제로는 범죄조직들에게 감금돼 보이스피싱이나 로멘스스캠 등 각종 피싱 사기 등에 동원된다. 여권과 휴대전화도 모두 빼앗기 때문에 탈출도 어렵다는 게 다수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일부 글만 접속차단…정부 대처 부족해
하지만 이런 글들이나 사이트에 대한 차단 등 관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하데스 카페'에 올라온 '포털사이트 아이디 판매' 일부 글에 대해 접속차단(시정 요구) 조처했다.
하데스 카페는 사실상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모집 등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중개해 주는 대표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카페의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회사에서 TM 직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주로 올라온다.
그런데도 당국이 문제 삼는 게시글이 한정적이다. 사이트 전체 차단 등 적극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아, 대처가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인터넷 페이지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 사이트의 주된 목적이나 대부분 콘텐츠가 불법일 경우에는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가 차단이 필요한지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며 여러 검토와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심위의 모든 심위는 위원회 구성 지연으로 지난 6월 2일부터 4개월간 멈춰 있다. 지난 1일 방미심위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구성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하데스 카페 운영진은 카페를 '온라인 비즈니스' 운영자를 위한 커뮤니티'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우리 카페가 해외(캄보디아, 베트남 등)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와 관련된 불법 활동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해외 관련 구인·구직 글을 전면 차단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사이트 차단 등 적극 조치해야…국제 공조 통한 범죄 근절이 근본 해결책"
'취업 사기' 관련 구인 글,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방미심위에서 정보통신망법과 관련해 이런 사이트를 차단·폐쇄 등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이런 글들이 범죄로 가는 문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문을 아예 닫아버려야 한다. 방미심위가 아예 차단을 하고 경찰 압수수색 등도 같이 이뤄지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제 공조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에 국제적 압력을 가하고 60여 개 범죄 단지를 급습해서 폐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불법적인 사이트, 글들도 아예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캄보디아 범죄에 한국인을 유인하기 위한 구인광고와 "방심위의 긴급심의제도를 활용해 삭제 조치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