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도, 보상도 안돼? 공정위, 운동시설 불공정 약관 털었다

공정위, 소비자 피해구제 가장 많았던 20개 체인형 '헬스·필라테스·요가' 시설들 약관 살펴보니
이벤트로 샀다고 회원권 환불 안돼? 하루만 이용해도 한 달 치 요금? 모두 '불공정 약관'
카드 결제 환불한다고 수수료 공제하면 여신법도 위반…물품 분실·안전사고 발생하면 업체에 배상책임 있어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빈발한 20개 체인형 체육시설업체별 불공정 약관조항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중간에 그만둬도 환불해주지 않거나 시설 내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나 몰라라'했던 헬스·필라테스·요가 등 대규모 체인형 체육시설업체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20개 체인형 체육시설업체가 사용하는 계약서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공정위가 시정한 불공정 조항들은 크게 △환불 금지 △과도한 이용요금 등 공제 △불합리한 사업자 면책 △기타 불공정 조항 등 4개 유형으로 나뉜다.

최근 시민들이 생활 체육을 많이 즐기는 가운데, 특히 이른바 '헬스장'으로 불리는 체력단련장(34.8%)이나 요가·필라테스·태보 연습장(17.5%)의 이용 비중이 높다.

하지만 해당 시설들을 이용할 때 계약 해지, 위약금 산정 등을 놓고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관련 실태를 조사해 불공정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가 자주 발생하는 20개 체인형 체육시설업체를 골라내 이들의 계약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심사를 진행·시정했다.

우선 그동안 일부 체육시설업체들이 이벤트 가격, 프로모션 등으로 체결한 회원권이나 양도받은 회원권 등은 중도 계약해지나 환불이 불가하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1개월 단위·다회차로 계약이 이뤄지는 체육시설업은 법적으로 '계속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정해지권'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회원권을 어떻게 구했든 소비자에게는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고, 환불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체육시설업체들이 회원권의 종류와 관계없이 환불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또 소비자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소비자가 하루만 이용해도 업체 측이 1개월 이용한 것으로 간주해 한 달 치 이용료를 챙기거나, 카드로 결제했다가 환불하면 위약금 뿐 아니라 카드수수료 등까지 공제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방문판매법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계속거래업자'인 체육시설업체는 고객의 사정으로 중도해지하더라도 사용한 날까지에 해당하는 단위 대금 등을 정확히 공제하고 나머지 대금을 환급해야 하고, 위약금도 총 계약대금의 10% 이내에서만 부과할 수 있다.

게다가 고객에게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규정은 현금결제 회원에 비해 카드결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에도 위반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존 이용요금, 수수료 등을 과도하게 공제하는 약관들도 삭제하도록 시정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개인 운동 중에 상해가 발생하거나 개인 물품이 분실되더라도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약관에 적어뒀지만, 민법상 회원의 과실로 안전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업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안전사고나 물품 분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므로, 관련 약관들도 시정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한정된 시간에만 환불 요구를 접수받아 사실상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센터의 주소지에 있는 관할 법원에서만 분쟁을 해결하도록 해 사실상 고객들이 분쟁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조항들도 시정됐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에게도 "등록에 앞서 할인 혜택 등에 현혹돼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중도해약한다면 해약환급금 규정을 미리 숙지하고, 확실하게 해약 의사를 표시해 이용 기간에 대한 분쟁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공정위는 앞으로 시정된 약관을 실제로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한편, 조사대상이 된 사업자가 아닌 체육시설업자들도 점검해 이번 시정 사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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