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북미정상회담' 불지피기…외교부와 엇박자

연합뉴스

이달말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사이에 이견이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라인내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16일 한 언론사 기념식 기조 강연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과 관련해 "공개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주장은 반복됐다. 정 장관은 관련 질문에  "(가능성이) 꽤 높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9년 6월 30일 오사카에서 트위터 하나로 30시간 만에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다"며 "마지막 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계기 트위터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바 있고 김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이튿날 북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는데, 이같은 '돌발 북미회담'이 경주 APEC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같은 내용의 다른 질의에도 "북미 양측 정상은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며 "지금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장소는 판문점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정 장관이 언급한 '공개된 정보와 자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을 원한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며 "지난달 30일에도 전제조건 없는 북미대화에 열려있다"는 백악관의 입장을 해당 발언의 근거로 들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덧붙였다. 또한 지난 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대미 비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점 등은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계속되자 외교부는 언론에 문자를 보내 "현재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발언보다 한발짝 뒤로 물러난 언급이다. 이어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필요시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역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정상 회동의 가능성은 알 수 없다. 아직 그런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회담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체류 기간에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일까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정 장관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일종의 독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지금은 깜짝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국과의 다른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존하는 상황이어서 '엇박자'로 비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과 외교부의 온도차를 두고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라인내 갈등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자주파인 정 장관이 동맹파인 위성락 안보실장이나 조현 외교부 장관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관세 협상이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일 것"이라며 "미국이 연관돼 있는 주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내 이견처럼 표출되는 것은 국내 및 미국내 피로감을 부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미회담과 관련해 정동영 장관의 기대론과 외교부의 신중론이 양측의 역할분담이라는 전략이 담겨있다면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12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는 전략적 역할분담보다 NSC를 열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남북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